공정거래위원회가 '옥수수+푹' 통합을 조건부 승인으로 잠정 결정함에 따라 통합법인 출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 소명과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의결 등 후속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8월 중 최종 승인 가능성이 높다.
앞서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는 통합 OTT 명칭을 '웨이브(wave)'로 확정하고 9월 통합법인 출범을 준비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옥수수+푹' 통합 OTT 출범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정조치로 부과한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OTT, 규모의 경제 실현
'옥수수+푹' 통합 OTT가 출범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진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옥수수와 푹을 합쳐 1960만 OTT 가입자를 확보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만 콘텐츠 한 편에 수백억원 투자가 가능했으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통합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할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1월 실적 발표에서 옥수수+푹 사업모델이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투자를 유치해 콘텐츠 제작에 투입,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게 기본 방침이다.
통합 OTT가 출범하면 국내 OTT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넷플릭스에 대적할 강력한 국내 대항마가 출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한류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할 새로운 유통 창구가 될 전망이다.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적절한가
옥수수와 푹 통합 OTT 출범을 앞두고 최대 쟁점은 공정위가 부과한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조항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경쟁 OTT에도 비차별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이 통합 OTT 콘텐츠 제작 의지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OTT 경쟁력과 직결되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방송계와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비를 투자해 제작한 콘텐츠 방영권은 지상파 방송사가 소유한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제공 요청이 있을 때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 OTT가 제작비를 투자하고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만 한다면 해당 콘텐츠 방영권은 통합 OTT가 소유하므로 동등 제공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조항은 OTT 최대 경쟁 이슈인 '오리지널 콘텐츠' 흐름과도 맞지 않다. 넷플릭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게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에서 비롯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SK텔레콤은 통합 OTT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통합 OTT가 제작한 콘텐츠를 경쟁 OTT에 무조건 제공해야 한다면, 오리지널 콘텐츠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의 콘텐츠 차별 거래 금지 시정조치는 방송 주무부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IPTV특별법의 '콘텐츠 동등접근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방송 프로그램을 IPTV 사업자에 동등하게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함으로써 유료방송 콘텐츠 투자 경쟁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지만 '콘텐츠 무임승차'를 없애지 않으면 콘텐츠 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인식에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