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망 이용 가이드라인에 반발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 스타트업업계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 변화를 끌어낼지 주목을 끌고 있다.
16일 인터넷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이 참석한 가운데 준비하고 있는 '망 이용 계약 가이드라인'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회의 참가 기업 관계자들은 별도의 채널을 개설,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개별 기업과 통신사 간 불공정한 계약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드는 것은 불합리한 시장 구조만 고착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스포는 이와 관련한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도 가이드라인이 법제화되는 것을 염려해 논의에 참가했다”면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대 의사를 적극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및 콘텐츠사업자(CP)은 통신사 간 상호 접속 정산 제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향후 망 이용료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쓰는 CP가 SK텔레콤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공급했다면 SK텔레콤은 발신 트래픽만큼 KT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을 CP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국내 CP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 해외 CP는 국내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두는 대신 망 이용료를 덜 내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이용료를 내는 국내 CP와 다르다. 가입자가 많다는 우월한 지위 때문에 기존 계약 내용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이 캐시서버를 다른 나라로 옮긴다면 서비스 불안정에 따른 불편을 이용자가 감수해야 한다. 통신사 부담이 국내 CP로만 전가될 수 있는 셈이다.
망 이용료 현실화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한 예로 SK텔레콤에 가입한 소비자가 네이버TV를 보면 소비자는 데이터사용료, 네이버는 망 이용료를 각각 SK텔레콤에 내야 한다. 이중 부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망 이용료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 네이버 700억원, 카카오 300억원, 아프리카TV 150억원을 연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트래픽 발생량이 높은 스트리밍·AR·VR 기반 서비스는 출시를 망설이고 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와 CP 간 공정한 망 이용료 계약, 이용자 피해 방지 대책 등이 담길 예정으로 있다. 국내외 CP 간 역차별도 최소화한다. 올해 말까지 설계 작업을 완료,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국내 CP 의무만 늘어날 수 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보통신위원장은 “국내 CP와 통신사 간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면서 “해외 CP에도 정부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것을 시장에 먼저 보여 준 뒤 가이드라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