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판 된 검색창...소비자 낚는 '실검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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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검 마케팅 업체 영업자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자사 이벤트 상품이나 쿠폰을 풀어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고전이 됐다. 실검 올리기 전문 서비스끼리 경쟁이 시작됐다. 시간대와 타깃에 따른 전문화, 세분화 움직임도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실시간검색에서 퀴즈 서비스 업체가 진행하는 '마케팅 키워드'가 늘고 있다. 토스가 '행운퀴즈'로 재미를 보자 캐시슬라이드 등 후발업체도 시장에 진입했다. 진행 1건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집행비' 수입을 올릴 수 있어서다. '돈만 주면 실검 1위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검 마케팅이 홍보와 트래픽 확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정되고 있다. 키워드를 검색하는 이벤트 참여자에게 브랜드 및 상품을 학습시키는 효과를 낸다. 급상승 실검 공략에 성공하면 포털 이용자에게 상품을 노출시키는 2차 효과를 유발한다. 온라인 바이럴 매체가 실검 어뷰징 기사를 받아쓰면 3차 효과를 낸다. 이들 효과가 시너지를 내면 해당 키워드는 장기간 실검에 머물게 된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커머스 업체가 이를 자사 이벤트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잦았다.

퀴즈형 실검 마케팅을 개척한 대표 주자는 토스다. 120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기반이다.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당첨금을 건 문제를 내고 풀 수 있다. 퀴즈는 주로 포털 검색을 유도하는 방식이 많다. 최상단에 노출되는 제휴용 퀴즈는 정가 4000만원(부가세 별도)이다.

후발 주자 엔비티는 차별화 상품을 내놨다. 캐시슬라이드 '실시간 초성퀴즈', 더퀴즈라이브, 에디슨오퍼월 CPQ(Cost per Quiz)를 묶어 패키지로 판다. 각 서비스는 '3040여성' '1020남여' 등으로 주사용 연령대가 모두 달라 전 연령 공략이 가능하다. 각 이벤트 진행 시간을 달리하면 하루 종일 실검에 키워드를 남기는 '지속성' 효과를 낼 수 있다. 원하는 시간에 효과를 집중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용은 토스와 비슷하다. 구좌 당 4000만원 수준이고 조건에 따라 추가로 할인을 해 준다.

이 같은 실검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업체 마케터 입장에서 비용 대비 노출 효과는 확실하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긍정 반응만 나오는 건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실검 조작에 익숙해져 효과도 예전보다 못하다. 실검 업체끼리 경쟁도 해야 한다. 눈길을 끌기 위해 회사 이름과 '특별공지'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 검색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사건이 발생한 줄 알고 실검을 클릭한 소비자가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포털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놔두면 실검 순위가 광고판이 되고 건들자니 포털의 인위적인 실검 조작이 된다. 아직까지는 '봇'에 의한 어뷰징을 제외하면 실검 마케팅 결과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포털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여론을 반영해야 할 실검에 데이터 노이즈가 끼는 것은 맞지만,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가 실검 마케팅을 제지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실검 마케팅을 진행해 본 한 업계 관계자는 “실검 마케팅 결과가 네이버 광고주의 랜딩페이지 트래픽 상승으로 이어지니, 네이버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다”며 “아울러 구글이나 유튜브로 빠질 트래픽을 끌어오는 효과도 있다. 향후 실검 마케팅이 더 늘어나도 굳이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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