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매출 중 대리점 매출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47%에 육박한다. 대리점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이 급성장한 영향이다. GA 설계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보험사도 제판분리(보험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인식이 개선되면서 대리점 판매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손보사 11곳의 총 보험판매 실적은 20조8066억원이다. 이 중 대리점을 통해 판매된 보험판매 실적만 9조8631억원으로 약 47.4%를 차지한다.
대리점 채널에서 손보사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3월 기준 45.5%, 2018년 3월 말 기준 46.7%로 늘었다. 업계는 조만간 대리점 채널이 손보사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리점은 개인 및 전속 대리점을 포함하고 있지만 GA가 대부분 실적을 차지한다. 특히 손보사는 생명보험사 대비 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상품이 많아 대리점 판매 의존이 높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중·대형 GA를 통해 체결된 신계약 1318만건 중 손보 상품이 1194만건(생보 124만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개별 회사별 전체 매출에서 대리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삼성화재만이 전체 매출에서 대리점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36%) 대비 1%포인트(P) 줄었을 뿐 나머지 손보사는 모두 증가했다. 특히 MG손보와 롯데손보는 올해 3월 기준 전년 대비 5%P, 4%P 늘어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대형 손보사를 비롯해 중·소형 손보사 대다수는 이미 대리점 채널이 전속 설계사 실적을 넘어선 곳이 상당했다. MG손보가 전체 매출에서 대리점 비중이 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현대해상 63%, 메리츠화재 59%, KB손보 57%, DB손보 53%, 흥국화재 52%, 한화손보 44%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GA 설계사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제판분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제판분리는 대리점을 판매전문회사로 전환해 보험상품의 제조(보험사)와 판매(대리점)를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GA 설계사는 40만4677명으로 전년(39만4502명) 대비 2.6% 증가했다. GA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보험회사가 직접 나서 자회사형 GA까지 출범하고 있다. 자회사형 GA는 일종의 전속 채널이지만 전속 설계사나 대리점보다 다양한 회사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손보사 관계자는 “판매가 예전만 못하고, 우량한 설계사가 GA로 대거 이동하면서 대리점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GA에 시책 등 판매 메리트를 줬을 때 확실한 실적이 나오니 의존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판분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인슈어테크 플랫폼까지 나오면서 이런 추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슈어테크 업계 관계자는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최근 여행자보험 등 일반보험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고 GA나 인슈어테크 플랫폼이 보험을 판매하는 제판분리 형태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