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학교는 왜 구글을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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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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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 중 하나가 협업입니다. 국내 인터넷은 학생이 협업해서 발표 자료를 함께 만들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이 없어요. 클라우드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10년 동안 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해 보지 못하고 사회에 나간다면 경쟁력이 얼마나 뒤떨어지겠습니까.”

신민철 대구 하빈초 교사는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학생이 함께 문서를 만들고 숙제도 할 수 있도록 수업한다. 보여주고 싶은 사이트를 연결하는 데 문제없다. 일일이 부모동의를 받아 회원가입하는 절차도 필요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아이디를 발급해줄 수 있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 걱정하는 아이들에게는 바로 수정해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한다. 무제한 드라이브 용량 덕에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보여주는 것도 걱정이 없다. 학부모 호응도도 높다. 학부모에게 바로 링크를 보내 공유할 수 있는 기능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 교육 현장의 어려움에 대답이라도 하듯 맞춤형으로, 그것도 무료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교사들은 미래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스터디 그룹을 짜서 활용방법을 연구한다. 국내 인터넷에 이런 협업 플랫폼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한다.

문제는 구글의 정책이 바뀌었을 때다.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지 스위트' 중에서도 최고 버전을 학교에 제공한다. 교육계와 업계는 이 같은 구글의 공략에 학교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한다.

구글이 평정한 후 구글이 유료로 전환한다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보안 문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업계가 당장의 수익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교육용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지적받는 이유다.

◇대학, 계정은 그대로 시스템은 구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숙명여대, 국민대는 학생, 교직원, 교수 등 전원이 지 스위트를 사용 중이다. 서울대는 학생에 한해 이달 초부터 지 스위트 서비스를 사용을 시작했다. 한양대는 연말부터 이용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대학은 구글의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지 스위트'를 활용한다. 시간 장소 관계없이 협업을 통한 문서 작성과 공유 등이 가능하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존 메일시스템이 노후화돼 여러 서비스를 알아보다가 지 스위트를 알게됐다”며 “메일뿐 아니라 교육, 행정, 연구 협업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다음, 네이버, 구글 메일 사용 비용을 비교해봤는데 구글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다양하고 사용료도 들지 않아 선택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무료 기능 때문에 서울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 대학으로도 구글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의 글로벌 IT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으나 대학으로서는 구글을 쓰는 것이 비용, 운영 측면에서 유리하다. 자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수십억원을 투입해야 해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MS 등 IT 시장 타격…보안 문제도

가장 먼저 학습관리시스템(LMS) 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코스 키트(Course kit)'가 있다면 학교는 지 스위트에서 발생한 로그 데이터를 LMS에서 활용할 수 있다. 수업이나 학생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지 스위트 도입 시에는 구글 스펙에 맞는 LMS가 아니라면 데이터 활용조차 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가 구글 포맷에 익숙해지는 것은 물론 학교가 사용하는 전체 시스템도 구글에 맞춰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LMS보다는 구글 스펙에 맞는 블랙보드·캔버스 등 글로벌 LMS가 국내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인터넷 포털 업계에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학생들은 네이버·다음 같은 국내 포털이 제공하는 이메일을 많이 사용했으나 지메일 사용자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 크롬북이 K12(초증등학교) 노트북 시장의 66%를 장악했다. 구글은 학교를 발판 삼아 SW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의 공략에 MS도 교육용 무료 프로그램 공급으로 돌아섰다.

보안 문제도 대두됐다. 한 대학은 몇 년 전 대학 메일에 지메일을 연동하려다 교수 반대에 부딪쳐 도입하지 목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다수 교수가 구글이 중요한 연구결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 그 당시 지 스위트를 선택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지 스위트를 사용하는 대학은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받아 성명, 이메일 주소를 구글에 제공해야 한다.

교육계 한 인사는 “국내 포털 업계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교육용 프로그램이 너무 없고, 국내 SW는 교육용이면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민 많지만 마땅한 해결책 없어

거꾸로 교육, 토론형 수업, 협업을 위한 묶음 수업, 멀티미디어 활용 실감형 수업…. 최근 관심을 끄는 학생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수업 형태다. 구글 클래스룸은 이러한 형태의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정부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외산 솔루션·서비스 사용에 제한을 둘 수도, 장려하기도 힘들다. 학생의 미래 교육을 위한 IT 환경 개선 방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교사가 학생 아이디를 보다 쉽게 관리하고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업계는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보다는 '적정기술' 차원의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교육과 클라우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아이디를 통합하는 것을 비롯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