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손학규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혁신안을 의결하자 위원장과 일부 위원이 줄사퇴하는 등 당내 계파 갈등을 재연했다.
11일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전격 사퇴를 발표한 후 당권파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소연, 김지환, 조용술 혁신위원도 사퇴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가 지도부 교체 방안을 담은 '바른미래당 지도체제 혁신안'을 발표하기 직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일주일여의 혁신위 활동 기간 중 제가 본 것은 계파갈등이 혁신위 안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모습이었다”며 “크게 실망했고,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선 크게 분노를 느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소연 위원은 페이스북에 “최고위에서 나온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혁신안 의결에 이른 책임을 혁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통감한다”며 “일정이 너무 빡빡해 좀 더 정성스럽게 토론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혁신위는 이날 혁신안을 제시간에 발표했다. 위원장 사퇴라는 강수에도 혁신위는 끝까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기인 바른미래당 혁신위 대변인은 “주 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은 혁신위에 논의된 적이 없는 사안으로 각각의 위원의 동의없이 진행됐다”며 “당헌당규상 혁신위원장이 사퇴한다하더라도 혁신위 해산을 결정하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계파 싸움을 막기 위해 U40을 구성한 장본인이자 책임자가 혁신위의 치열한 토론과 당규에 의거한 의결 과정을 계파 갈등으로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전격 사퇴하는 모습에 당초 혁신위원장을 맡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오늘 이 해프닝을 위원장 개인 의견과 거취로 치부하고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 혁신안 만들어갈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혁신안이 위원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정에 불복해서 사퇴하는 건 무책임한 일로 몹시 유감”이라며 “혁신위가 위원장의 돌출행동으로 좌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전날 혁신안 3단계를 의결하고 발표를 준비했다. △손학규 당대표 체제 제21대 총선 승리 비전 확인(혁신을 위한 주요 리더들의 비전 공청회) △바른미래당 지지 국민-당원 여론조사(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재신임을 포함한 평가) △평가 및 판단이다.
전날 혁신위는 이 혁신안을 두고 혁신위원들 간에 내부 진통을 겪었다. 지도부 재신임을 포함한 혁신안을 표결에 불이면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표결 전까지도 주장을 이어갔다. 간신히 표결에 부쳤지만 총 9명중 찬성 5대 반대 4로 과반수인 5명을 간신히 넘기며 밤 11시에 통과됐다.
바른미래 혁신위는 4·3 보궐선거에서 참패 이후 당내 불거진 갈등과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1일 출범했다. 하지만 지도부를 검증하자는 혁신안에 위원장과 반대파 위원들이 줄사퇴를 하면서 다시금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혁신위는 위원장 사퇴와는 별개로 정해진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