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일 무역분쟁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 서로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장기전으로 갈수록 양국 모두 피해를 입게 돼 전기·전자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역 분쟁에 정치 논리가 개입한 만큼 조속한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과 해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한일 경제 전쟁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봤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분쟁이 상대국 공급망을 붕괴시키려는 분쟁으로 치닫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국의 보복 여부를 다양한 시나리오로 나눠서 분석했다.
일본 수출 규제에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제품 등으로 보복을 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크게는 6% 가량 줄어들어 한국이 일본보다 더 큰 손해를 볼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일본 무역규제에 따라 한국의 GDP 손실은 평균 4.7%에 달하고, 한국이 무역 보복에 뛰어들었을 때는 1.2%포인트에 달하는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일본의 손실은 0.04% 내외로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반사이익은 중국이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경우, 한국 생산이 20.6% 줄어들고, 일본 생산은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의 생산이 2.1% 증가하면서 양국의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이 협력하면서 4차 산업을 선도할 국가로 발전해야 하는데, 이번 분쟁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쟁이 조속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더욱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도 적잖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제재 이후 90일이 지나서 일본 정부가 제재 품목 수출을 승인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3개월 후 일본 정부가 수출을 막거나 무역 제재 품목을 확대하면 미국,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 공급할 물품이 막혀 세계 시장에서 비상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외교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는 적절한 방안이었지만,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의 편을 들어줄 국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들과 '맞장'을 뜬다는 태도보다, 대화하는 체제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