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14년 봄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로부터 '머신러닝을 할 줄 아냐'는 질문을 받았다. 투자 유치를 위해 퓨처플레이 심사팀 앞에서 아이템 소개를 마친 후 받은 첫 번째 질문이었다. 아직도 대다수의 일반인은 머신러닝이란 개념조차 잘 모를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머신러닝을 얼마나 할 줄 아느냐, 얼마나 잘 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2016년 한국에 알파고가 상륙한 이후 인공지능(AI) 관련 강좌와 책이 우후죽순 쏟아지며 산업계 관계자의 AI 이해도가 동시에 높아졌다. 그러자 곧 머신러닝·딥러닝 전문가가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필자도 2014년 기술 전문 벤처캐피털 퓨처플레이로부터 투자 유치 실패 후 말과 글을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는 개념 체계로 분류하는 머신러닝·딥러닝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각각 데이터과학·자연어처리라는 용어로 통칭되고 있다. AI라는 산업 카테고리 분야는 사실 머신러닝 기법 하나로 정의되기가 무척 어려운 영역이다. 머신러닝이 숙달되기 위해서는 컴퓨터공학, 수학, 통계, 물리, 자연과학, 인문, 사회과학에 모두 능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머신러닝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파이선 코딩을 잘한다고 정의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물론 로지스틱 리그레션, 그레이디언트 디센트만 이해하고 이를 파이선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만 해도 머신러닝에 관해 상당한 실력자임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아직도 AI 산업 저변이 너무 얇고, 산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의 AI 학문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생각보다 낮다는 데 있다.
필자가 '머신러닝 할 줄 아냐'라는 질문을 들은 후 5년 동안 지식 습득과 심도 있는 연구로 실제 산업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 구현에 투자한 시간만큼은 아니더라도 AI라는 새로운 학문 개념과 실제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컴퓨터공학, 수학, 통계, 물리, 자연과학, 인문, 사회과학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좀 더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사회·문화 인식 전환과 이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
AI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음성 인식을 사용하는 AI 스피커, 음성 명령이 가능한 내비게이션, 음성 명령이 가능한 에어컨·냉장고 등 음성인식 기술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다. 이러한 체감이 가능한 분야 이외에도 AI 기술이 사용되는 분야는 모든 산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기업 매출과 성장으로 직결되는 산업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파이선을 사용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할 수 있는 필드 연구자는 많이 양성됐지만 각 산업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술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는 부족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AI 오피니언 리더는 '○○은행, AI를 활용한 자동화 업무 프로세스 도입' '△△병원, 딥러닝을 사용한 영상 분석 장비 개발' 등 사례 수집과 분석으로 AI 솔루션 적용이 가능하다는 수박 겉핥기 식 제안을 고객과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해 왔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안되고 개발된 시스템에 대한 'AI 거품' 우려가 본격 제기됐다.
이제부터 AI를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성공 전환을 위해 기술 성숙도를 좀 더 높여야 한다. 각 산업계의 의사결정자도 AI 이해도를 더 높여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 필드 전문가와 의사결정자 간 경계를 허무는 협력 체계 실험이 더욱더 필요하다. 산업계 리더, 오피니언 리더, 필드 연구자, 개발자가 한자리에 모여 학습 주제와 프로젝트 결과물 선정을 평등한 관계에서 토론하고 결정하는 오픈스터디 그룹 같은 형태로 해당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쉽게 구현하고 적용 가능한 가벼운 주제를 통해 AI 이해도를 높이고, 산업 적용 시 성공 확률을 높여 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의 학습과 경험이 동시에 가능한 민간 기구를 꾸려서 기업 차원으로 후원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김안토니오 DAIOS·DAIB 대표이사 first@daib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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