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초강력 '주류고시'개정, 건전한 주류문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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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일 '초강력' 주류 고시 개정안이 시행된다. 국세청이 입법예고하고 7월 1일부터 시행될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조사와 도소매업자를 함께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핵심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암묵으로 시행된 리베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주류업계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주류 거래 질서 확립과 건전한 시장을 만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수십년 동안 관행으로 이뤄져 온 리베이트가 한 달이라는 짧은 행정 예고 기간에 개선될 리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판매장려금 지급 금지는 '제2의 단통법'”이라면서 “판매 프로모션이 불가능해 사실상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유흥음식업중앙회도 “고시 개정안을 전면 철폐해 달라”며 지난주 부산 국세청 앞에서 개정안 반대 집회를 열었다. 6월 말에는 유흥, 단란, 외식 등 3개 업종이 연대한 생존권 투쟁을 위한 전국 규모의 집회 개최도 예고된 상황이다. 반대로 주류도매업계는 주류 유통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각자의 셈법에 따른 이해 득실에 따라 입장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주류 제조사는 고시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임에도 영세 자영업자와 각종 협회로부터 그동안 제공한 리베이트를 다른 방안으로 보전해 달라는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제조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불법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을 요구하고 있다는 난감함과 함께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한 제조 업체 관계자는 “과거 소주와 맥주 등 출고가가 수십 원 인상될 때 업소에서는 1000원씩 인상하며 이익을 보전해 왔지만 사회 비난은 제조업체가 모두 받아왔다”면서 “또 다른 불법을 자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번 고시 개정안으로 보전되는 수익은 업소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가격 인하를 포함해 종합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이번 고시 개정을 계기로 기존 유통 채널 등에 지급해 온 관리 비용이 줄어듦에 따라 가격 할인 프로모션 등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다양한 판촉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리베이트는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긍정 효과보다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조장하고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세청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이번 고시 개정안으로 암암리에 진행되는 리베이트를 단숨에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 제약업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과거 관행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들로 범법자가 생기게 될 것이고, 사회 이슈가 발생할 것은 너무도 자명해 보인다.

단숨에 바꾸기는 힘들다. 국세청 개정안을 처음 봤을 때 기자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고 혀를 내둘렀지만 큰 틀, 미래지향적 시각에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주류업계는 이번 국세청 고시를 계기로 자신의 이익과 수익을 보전하기 위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기보다 건전한 주류 거래 문화를 확립, 서로 공생·공존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힘써 주기 바란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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