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우리 생활 깊은 곳까지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구글에서 사진을 내려 받아 분석하고, IBM 컴퓨터가 병원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진단해 준다는 사실쯤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제라도 데이터 강국이 돼야 한다고 부르짖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반갑다.
새 애플 워치를 보면서 웨어러블기기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해보고, 가만히 손으로 잡고만 있어도 비만을 측정하는 기계를 보면서 다음에 등장할 의료기기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AI 기술 발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너무나 많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과거 병력이나 엑스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 등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나갈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는다. 의료 기기로서 엑스레이 다음으로 확진하는데 쓰이는 CT 영상은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앨런 코맥에 의해 발견된 이후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통해 가장 많이 전송되고 있다. 이때 데이터는 글로벌 기업 의료 기기에 의해 다뤄지고 저장된다.
그러나 이런 CT 영상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전송돼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해커로부터 손쉽게 변경될 위험성이 높다. 의료 현장 안팎에서의 변경 가능성은 애초부터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대규모 데이터 유출 사례로 언급되는 에퀴팩스라는 회사가 있다. 기업과 개인 모두를 위한 신용보고서를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2017년 유출 문제가 일어난 후 에퀴팩스가 겪은 가장 큰 영향 가운데 하나는 명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이 에퀴팩스를 고소하려 했고, 회사 주식은 바로 이튿날 13% 하락했다.
2018년 11월 매리엇 소유의 스타우드 호텔은 해커가 예약시스템을 침입해 5억명이 넘는 개인 정보를 노출했다고 밝혔다. 에퀴팩스 해킹보다 더 놀랄 일이었다. 30억명에게 영향을 미친 야후 해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다.
의료 현장에서는 2017년 5월 영국 병원 대상 랜섬웨어 공격을 들 수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병원의 최소 16곳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1억2000만달러 규모의 피해를 봤다. 컴퓨터 사용이 전면 중단되고, 환자와 앰뷸런스는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 보건부는 이듬해 10월 건강의료 분야에서 사이버 안보 보고서를 개정 발표했다.
기업과 의료 현장의 사이버 위협 문제는 단순하게 해킹, 멀웨어, 네트워크 방화벽과 관련된 사이버 보안 '전형' 이슈가 아니다. 왜냐하면 날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말미암아 생각지도 못한 사이버 위협이 의료 현장까지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컬 분야에서 일어나는 어떤 형태의 단순한 위협도 인간 생명과 안전에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네트워크 자체를 강화해서 의료 정보를 보전하는 것은 당면한 문제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떤 공격이 올지 모르는 것을 '스스로 학습'하는 AI 출현이다.
적의생성신경망(GAN) 학습 방법이 이에 속한다. 전 세계가 과학기술의 대전환기를 맞으면서 디지털 정체성, 디지털 헬스케어로 발전해 개인·그룹 간 신속한 상호 연결성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글로벌 기업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고민하는 헬스케어는 이제 AI 시대를 맞아 변모하려 하고 있다. 어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게 된 정보는 더 이상 최신이 아니다.
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술은 개인·기업·국가 신뢰성과도 관계가 있다. 개인의 생명과 목숨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를 통해 국가 신뢰도를 높이고 정보기술(IT) 활용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될 것이다. 아마도 'AI 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하고 질문한다면 우리 인간의 건강과 헬스케어에서 가장 먼저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정태경 차의과학대 교수 ttjeong@c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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