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 신호가 한국은행에게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미국이 금리를 0.50%포인트(P)까지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미 연준 결정에 대해 “점도표에서 0.50%P 인하 견해까지 나온 것은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최근 갑자기 높아져서 그 의미를 이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준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밝혔다.
완화적(비둘기적) 결정은 시장 예상대로였지만 점도표 하향 조정 폭은 그 예상을 비껴갔다는 평가다.
이번 FOMC에서는 위원 17명 중 금리인상은 1명에 불과했으며 8명이 동결을 전망했다. 나머지 8명이 인하를 내다봤다. 그 중 7명이 '2차례 인하'를, 1명이 '1차례 인하'를 제시했다.
미 연준은 6월 FOMC 의사록에서 '인내심(Patient)'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등 보다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제롬 파월 의장까지 '인하' 의견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많은 FOMC 참석자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금리동결론을 지지했던 FOMC 이사들도 최근 완화적 근거가 강해졌다는 데 공감했다”며 밝혔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경제 하강 흐름을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고 진단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경기가 뚜렷하게 꺾이기 이전 선제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분명 경제에 긍정적인 부분”이라면서도 “하반기 중 금리 인하가 현실화된다해도 성장률 하락 속도를 제한할 수 있을 뿐 경기 하강 방향성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제 하강 흐름과 미·중 무역분쟁 지속 등이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리인하'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이미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최근 공개된 의사록에서 다른 위원이 인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며 사실상 2명의 금통위원이 금리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총재도 최근 창립 기념사에서 “상황 변화에 적절 대응하겠다”고 언급하며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과 2주만에 한은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이 총재는 “6월 초 트럼프 대통령이 3000억달러 관세 부과까지 언급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해소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반도체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낮은 〃0.4%로 추정되는 등의 상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