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는 통상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편의사양을 강화하는 수준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구개발(R&D) 주기가 짧아지고, 소비자 트렌드(흐름)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의 변화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차량의 성격을 바꾸거나,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파워트레인(동력계통) 변화도 이뤄지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경영악화로부터 회사를 구해준 '티볼리'를 페이스리프트 하면서 전체적인 실루엣과 이름만 남겨두고 모든 것을 바꾸는 변화를 줬다. 특히 쌍용차 최초의 1.5 가솔린 터보 엔진을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얹으면서 차량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더 이상 예쁘기만 한 '패션카'가 아니었다. 이는 현대자동차 '코나'에게 빼앗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왕좌'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19일 티볼리 페이스리프트 모델 '베리 뉴 티볼리' V7 풀옵션 모델을 타고 서울 고덕동 '스테이지28'를 출발해 강원도 춘천시 고봉산을 다녀오는 왕복 17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에서는 바뀐 파워트레인과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딥 콘트롤' 성능을 알아보는데 집중했다. 또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AVN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점검했다.
베리 뉴 티볼리는 외관에서 작지만 큰 변화를 꾀했다. 전체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하지만, 선에 변화를 주고, LED 램프를 장착해 '수정화장' 이지만, 새로 메이크업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전면 디자인은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또렷한 캐릭터라인의 후드를 장착해 스포티하고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새롭게 적용된 풀LED 헤드램프는 고급스러움과 기능성을 모두 갖추었다.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또렷한 캐릭터라인의 후드는 스포티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도록 디자인했다. 앞부분부터 뒷범퍼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은 차량이 달리는 것 같은 '역동성'을 강조했다.
쌍용차 디자인 상징적 요소 중 하나인 '와이드 C필러'와 후면 디자인도 기존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했다. 다만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LED 라인을 보강해 고급스러움을 추가했다. 뒷범퍼는 테일게이트 스타일라인과 연결돼 안정감 있는 라인을 강조했다. 범퍼 하단에는 센터 포그램프를 적용했다.
실내 디자인은 신차 수준의 변화를 줬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에 자리 잡은 센터페시아는 태블릿 형태로 완전히 변경됐다. 특히 디지털 인터페이스 '블레이즈콕핏'은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AVN 디스플레이 조합을 통해 고도의 첨단기술과 세련된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했다. AVN 디스플레이는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미러링이 가능해 첨단 인포테인먼트를 제공한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변화다.
인테리어 소재도 좋아졌다. 기존에는 대부분 저렴한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지만, 베리 뉴 티볼리는 푹신한 느낌을 주는 소재로 많이 바뀌었다. 천연가죽시트는 좀 더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했고, '세미버킷' 형태로 제작돼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줬다. 운전석 시트는 8가지 방향으로 조절되고, 2열 시트도 열선·통풍·리클라이닝 기능이 동급 유일하게 적용됐다.
베리 뉴 티볼리는 쌍용차가 새롭게 개한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최초로 적용됐다. 이 엔진은 통합형 배기 매니폴드 타입 엔진헤드 및 고압연료분사 시스템으로 경량화와 매연 저감효과를, 전자유닛을 통한 EWGA(Electronic Waste-Gate Actuator) 터보차저의 완벽한 타이밍 제어를 통해 응답성과 소음·진동(NVH) 성능을 향상시켰다. 최고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 26.5㎏f.m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복합기준 공인 연비는 11.6㎞/ℓ다.
실제 주행에서 느낀 성능은 수치로 나타난 것보다 뛰어났다. 특히 터보엔진 단점인 '터보랙'도 최소화시켜 동급 디젤 모델보다 빠른 가속이 가능했다. 가속 페달을 깊숙히 밟으면 눈깜짝할 새에 시속 100㎞에 도달했다. 기존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답답한 가속성능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하지만 베리 뉴 티볼리 가솔린 모델은 시원한 가속감과 정숙성 때문에 디젤 SUV 고객들을 많이 유입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인 주행감각도 좋아졌다. 기존 티볼리는 고속 주행 시 시트와 스티어링휠로 전해오는 느낌이 커서 불안했다. 하지만 베리 뉴 티볼리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했지만, 세팅을 강화하고 섀시 강성을 높여서 뛰어난 고속안정감을 제공했다. 경쟁 모델 대비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주행성능이 강력해진 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베리 뉴 티볼리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 △V1(M/T) 1678만원 △V1(A/T) 1838만원 △V3 2050만원 △V5 2193만원 △V7 2355만원, 디젤 모델 △V1 2055만원 △V3 2240만원 △V5 2378만원 △V7 2535만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