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진짜 승부수를 들고 나왔다. 중국 희토류 자원을 무기로 삼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멍웨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은 “중국은 희토류 자원과 상품으로 세계 각국 발전에 필요한 수요를 만족시키길 원하지만 일부 국가가 세계 무역 규칙을 버리고 글로벌 산업망을 깨트리는 것에는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중국 희토류 자원으로 제조한 상품을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억제한다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전쟁이 막장으로 가면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중국 희토류 자원 공급체계를 흔들겠다는 엄포다. 중국는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희토류가 정보기술(IT) 제품부터 방위산업 등 안 쓰이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 언급한 '일부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이 화웨이 거래 제한과 지식재산권 보호, 관세 등으로 중국을 전방위 압박하자, 반대급부로 내세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중국이 꺼내든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희토류 생산지를 시찰하는 등 견제 몸짓만 취했던 것과는 달리 희토류를 무역 분쟁에 활용할 수 있다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희토류 자원을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6월 4~5일 이틀간 희토류 산업 좌담회를 열었다. 업계 전문가와 기업 의견을 수렴했다. 희토류 생산량과 공급량을 조절할 시 시장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 것으로 예상된다. 멍웨이 대변인은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정책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희토류가 전략적 자원으로써 특수한 가치를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 분쟁 때 희토류를 무기로 일본을 굴복시킨 적 있다.
희토류 생산량 혹은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미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량을 줄이면 타격을 피하기 힘들다. 생산량을 줄이면 희토류 가격이 뛴다. 미국이 다른 경로로 희토류를 수입하더라도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억제하긴 힘들다.
미국이 희토류 카드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2010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40%로 제한한 뒤 가격이 급등했다. 수입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세계 희토류 생산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97%였다. 지금은 70%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호주와 캐나다 등 다른 희토류 생산 국가와 협력해 중국 공세에 대응할 공산이 크다. 다만 해당 국가도 말레이시아와 아프리카 등 타국에서 희토류를 정제하는 등 환경 문제가 또 다른 국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단시간에 안정적 공급망 전환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