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의 전담 운영법인(SPC) 설립이 본격화됐다. 빠르면 8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기관 대상 출연금 모집이 시작됐다. 최소 약 10억원 규모의 출연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산하에 제로페이운영법인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최근 제로페이에 참여한 금융사에 출연금 납부 공문을 전달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 은행에 SPC 운영에 필요한 재원 협조를 요청했다.
제로페이운영법인설립준비위 명의로 작성된 공문이 최근 모든 금융사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 따르면 준비위는 SPC의 원활한 설립 추진을 위해 출연금 납부를 이달 26일까지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금을 납부하면 출연증서(출연 기관 명의의 금융기관 예금잔액증명서 포함)를 발급하고, 법인 설립 후 기부금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법인 설립 관련 이사회를 개최해 빠르면 8월 SPC 발족을 목표로 잡았다. 출연 재원은 1차로 10억원을 모으는 것으로 책정했다.
이보다 앞서 중기부는 제로페이의 모든 운영권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관치페이라는 부정 여론을 불식시키고 민간 주도로 소상공인 전용 페이인 제로페이를 운영, 좀 더 시장 친화형의 정책을 시현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금융권 대상으로 출연기금 모집에 들어간 건 맞다”면서 “빠르면 8월 목표로 SPC 발족과 세부 운영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확인시켰다.
SPC 설립을 위해 제로페이추진단 인력을 대폭 충원, 조만간 준비위 구성도 마친다. 현재 법인영업팀과 콜센터를 포함한 30명의 인력 규모로 추진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사무 공간은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강원본부에 마련했다.
제로페이 추진단 관계자는 “조직 구성 등 세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할 상황이 많아 출범 관련 초기 대응을 시작했다”면서 “민간 SPC가 출범하면 온라인 제로페이 사업은 물론 해외 결제 시장에까지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 SPC가 출범하면 금융결제원, 모집사업자, 간편결제사업자 등이 주도해 온 기존의 모든 사업을 통합 추진한다. 전국 단위의 제로페이 서비스 확산을 위한 공동 가맹점 유치·관리는 물론 QR 공동 제작·보급, 플랫폼과 콜센터 운영권을 갖게 된다. 소득공제 간소화 자료 생성, QR 외 새로운 결제 모델 발굴, 부가서비스 개발 등 제로페이 공동 업무 수행도 맡게 된다.
유관 업계도 민간 SPC 출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 은행이 기금 출연을 확정,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확보를 위한 단말기 보급 등도 이달부터 본격화한다. 이보다 앞서 결제단말기 보조금을 상향, 확정했다. 7월 초부터는 전국 단위의 결제단말기 보급 사업을 병행키로 했다.
정부 주도 사업이 민간으로 이양됨에 따라 제로페이 사용처 확대도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취약점으로 꼽힌 오프라인 결제 수단 용도가 올 하반기에 온라인과 모바일까지 연동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업계는 제로페이의 범용성 확대는 오프라인 상점이 아닌 온라인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다수의 금융사와 전자금융사업자가 온라인 제로페이 플랫폼 연동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KT, 이베이코리아, 11번가, KG이니시스, 코스콤 등 온라인 제로페이 사업을 위한 굵직한 협력사도 확보했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이 주도하는 제로페이는 오픈 플랫폼으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QR 결제뿐만 아니라 향후 근거리무선통신(NFC), 바이오 결제 등 고객 편의성을 고도화하는 세부 방안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