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벼랑 끝 한국 車 산업…올해도 '하투' 분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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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생산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하투(夏鬪·여름 노동쟁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가 진통 끝에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최종 타결했으나 올해 협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GM) 노조는 올해도 파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을 이룬 쌍용차를 제외한 완성차 4개사가 올해도 험난한 임단협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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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을 위해 부두 정박 중인 자동차 운반선.

◇현대·기아차, 무리한 정년 연장 요구에 난항 예상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올해 노조 임단협 요구안은 기본급 대비 5.8%인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임금 인상, 당기 순이익 30% 성과급으로 지급 등이다.

특히 노조는 정년연장 요구안을 강력히 요구할 전망이다.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로 바꾸는 안을 내놨다. 사실상 최대 만 64세로 정년을 늘려달라는 의미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단체교섭 4대 핵심과제인 정년·통상임금·고용안정·촉탁직 해결 가운데 정년연장을 먼저 내세우는 것은 해마다 정년 퇴직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30%에 해당하는 1만7500명이 2025년까지 정년을 맞게 된다. 아울러 정년퇴직자가 생길 때마다 정규직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정년연장 요구안을 우선 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다.

미래차 사업 확장으로 일감에 대한 불안 요소가 커진 점은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이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인력 감축을 실행했거나 예고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이 가속화되면 부품이 크게 줄고, 생산 과정도 단순화돼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도 올해 임단협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은 2심까지 사측이 승소했다. 2심까지 노조가 승소한 기아차와 세부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임금에 대해 기아차와 같은 수준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측 입장에선 국내 공장 존립 자체가 우려되는 시기에 정년 연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미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정년이 연장되면 사측 부담은 더 커질수 밖에 없다.

노조 집행부 변경도 변수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9월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면 새 집행부와 처음부터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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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부두에서 선적을 대기 중인 쉐보레 스파크.

◇한국지엠, 교섭장도 못 정한 채 파업 찬반투표

한국지엠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교섭장조차 정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이 고의로 올해 임금협상을 지연하고 있다며 파업권 확보에 돌입했다. 노조는 19일과 20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사측이 교섭 장소 변경 등을 요구하며 임금협상 단체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시작하기로 했던 임금협상 단체교섭이 사측의 불참 등으로 6차례나 무산돼 쟁의권 확보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측이 30여년간 노사 단체교섭이 있을 때마다 사용했던 교섭장을 안정상의 문제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며 교섭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측은 교섭 장소를 기존에 사용하던 본사 복지회관동 건물 노사협력팀 대회의실 대신 본관 건물 내 회의실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중노위는 노사 간 조정을 시도한 뒤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조정중지나 행정지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쟁의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50%를 넘길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의 쟁의권 확보 추진은 올해만 두 번째다. 올해 4월 한국지엠 연구개발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노조는 단체협약 개정 문제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쟁의 조정신청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다만 강도 높은 파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한발 양보한 만큼 올해는 동종 업체들과 격차를 해소하라며 사측에 강력한 임금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 요구안은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통상임금 250% 성과급 지급과 사기진작 장려금 650만원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공장 발전 전망 확약과 생산 물량 확보 등 특별요구안도 제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과 내수 모두 위기 상태인 자동차 업계에 파업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생산 후진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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