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물결이 게임산업에도 밀려온다. 뉴트로는 전통적인 미를 살리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더하는 방식으로 몇 해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자리 잡은 소비패턴이다. 주로 패션브랜드 신제품 개발에 적용됐지만 최근 특정 업계를 넘어 전방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는 과거 흥행작을 발전한 기술을 활용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킨다. 흥행실패 확률을 줄이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 주요 전략으로 떠오른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과거에 흥행한 게임이 속속 새 단장을 거쳐 출시된다. 리마스터·리메이크 열풍이 게임산업에 몰아친 것이다. 리마스터는 과거 게임을 가져와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그래픽을 일신해 출시하는 것이다. 리메이크는 과거 회자된 작품을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둘을 구분하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과거 작품을 최근 눈높이에 맞춰 재출시하는 행태로 통합해 부른다.
최대 게임쇼 E3에서는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출시일이 4년 만에 발표됐다. 스퀘어에닉스 역량을 집중하는 프로젝트로 소위 '추억팔이'가 아닌 엔트리급 라인업으로 무게감을 자랑한다. 이외 '파이널판타지8' '코만도스2' '에이지오브엠파이어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등 신규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나온 '어쌔신크리드3', '바이오하자드2', '랑그릿사', '테일즈 오브 베스페리아' 등도 모두 리마스터·리메이크를 거쳤다. 마이너 타이틀까지 합치면 그 수는 크게 불어난다.
리마스터·리메이크 열풍은 유명 지식재산권(IP) 쟁탈전 결과물이다. 세계 게임산업이 모바일로 재편되며 한동안 흥행을 위해 유명 IP를 의존하다 보니 이제 고갈되기에 이르렀다. 유명IP가 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도 얻었다. 게임방식이 고착화된 동아시아권, 유명 IP를 활용한 하드코어장르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구시장에서 IP를 활용하는데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리마스터·리메이크가 떠올랐다. IP를 활용해 새게임을 만드는 위험성조차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리마스터·리메이크는 원작 명성에 힘입어 흥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기존 이용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이용자까지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패 가능성을 최대한 줄인다. 이미 재미와 흥행성이 검증된 게임을 개선해 보다 안정적인 이용자층을 다질 수 있다. 또 새 창작보다 적은 비용으로 작품을 개발할 수 있다. 결과물 질이 조금 낮아도 추억의 고전게임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게이머 문화 혜택을 받기도 한다.
다만 제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깊이 있는 이해 등이 전제되어야 하며, 다른 오리지널 작품뿐만 아니라 원작까지도 경쟁작이 되거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크다. 실패하는 리마스터·리메이크 작품도 많다.
국내서는 PC와 모바일 플랫폼에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마스터'에 부분유료화를 도입해 중흥기를 맞이했다. 모바일 리메이크로 볼 수 있는 '리니지M'은 출시 후 줄곧 매출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모바일로 옮긴다. 옛 버전과 신버전 장점을 적절히 수용한다. 넥슨은 '크레이지아케이드'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등 모바일 리메이크 경험이 많아 이용자 기대감을 높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리마스터는 새 게임에 가깝다. 그래픽과 사운드를 대폭 개선했다. 리마스터 업데이트 직후 이용자가 23%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는 70% 급증했다. 리마스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