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자력 정책,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정부가 연간 4000억원 수준인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기존 규모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화했다. 탈 원전 정책 추진과 별도로 원자력 분야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탈 원전 정책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인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 연구·산업계를 막론하고 원자력 분야 관계자들은 생태계 존폐까지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런 우려는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까지 불러왔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가운데 무조건적 탈 원전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산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비판도 거셌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원자력이 새로운 길을 찾고 모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관련 생태계에 희망의 싹을 보여 준 셈이다. 이번 발표가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의 완벽한 전환까지 해석할 수는 없다.

오는 2080년까지 국내 원전을 점진적 축소한다는 기존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 원전 해체나 수출, 방사선,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투트랙 전략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는 탈 원전 정책이 원전 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런 정부의 발표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실제 그동안 관계 부처를 비롯해 공공 성격을 띠는 곳에서는 원전을 포함, 원자력 관련 언급 자체마저 조심스러워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원전을 줄여 나가는 방향성에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단지 현실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현장을 담아 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1959년 원자력 기술 자력갱생을 꿈꾸며 문을 연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창립 60주년을 맞는 등 올해는 우리나라 원전 역사에 의미가 깊은 해다. 현재의 탈 원전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현실적 필요를 감안한 원자력 정책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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