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소유자의 동의 아래 운행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길이 열린다. 국회와 정부가 입법은 물론 관련 제도 체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만 수집해 온 운행 정보 접근이 수월해지면 자율주행 관련 기업에 수혜가 예상된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 부문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업이 묻고 국회가 답하다' 토론회에서 “스마트폰은 개인 동의 아래 기기 안의 각종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이에 반해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면서 “위치 정보, 개개인의 조향각, 연료 등 차량 상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으면 자율주행 관련 생태계가 풍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백 부문장은 “차량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는 것은 명확한 기득권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그러나 정보 접근이 해결된다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자동차 제조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개인 운행 정보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네이버는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에 투자,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중소 솔루션 개발업체 역시 운행 정보 개방을 희망하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동차 한 대, 한 대가 스마트폰처럼 '혁신 성장 생태계' 그 자체”라면서 “(데이터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필요하다면 관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개방' 자체에 반대하지 않았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관리관은 “현재도 개인의 동의를 받으면 개별 장치를 차량에 설치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자율주행차 등 기술이 진화하면서 모든 차량에 이 같은 기능을 설치해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정보가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운행 정보는 그동안 차량 제조사의 독점 영역이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블루링크, 기아차가 UVO를 통해 차량 정보와 운행 정보를 수집한다.
네이버처럼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기업은 따로 협회·단체와 협약하거나 개인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 소유주가 데이터 주인이지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제조사로 제한된 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데이터를 개인 정보로 판단한다. 운행 정보 역시 개인 정보라는 것이 자율주행 업체 쪽 주장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 주체가 요구하는 경우 수집·이용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이 법에 따라 스마트폰 개인 정보는 정보 주체의 동의 아래 이를 수집·이용하기를 원하는 자에게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다. 3자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 열람청구권을 대리 행사하는 것도 쉽다.
걸림돌은 '안전'이다. 백 본부장은 “기득권이 안전을 이유로 개방을 거부할 것”이라면서 “보험, 정비 등 기존 산업에도 제공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안전과 어떤 깊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이 같은 우려를 에둘러 비판했다.
네이버 요구를 필두로 개인 운행 정보에 대해 정보 주체 열람권을 명확히 하고 접근 장벽을 낮추는 입법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자율주행차를 시승했는데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면서 “혁신에 따른 소외되는 부분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득권 보호를 위해 규제로 혁신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데이터를 축척해야 자율주행 기업 등 관련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에 귀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