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가 리스 차량의 취득세를 금융회사가 내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를 지적한 지 4년여 만의 조치다. 다만 실질적으로 고객이 취득세를 내던 관행이 바뀔지는 미지수다.
9일 여신협회가 공고한 '자동차리스 표준약관'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동차 등록에 소요되는 취득세 등 제반 비용을 금융회사가 납부하도록 한다.
고객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더라도 취득세 납부 주체는 금융회사가 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기존 약관에서는 자동차 등록 관련 비용은 고객이 부담한다고 돼 있었다.
이번 표준약관 개정은 공정위가 2015년 5월 9개 여신전문금융회사 약관 중 취득세 부담을 리스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조항이 지방세법 규정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불공정한 조항이라며 시정 조치를 한 지 4년여 만의 일이다.
지방세법에서는 리스 자동차를 누구 명의로 등록하든지 납세 의무자는 리스 자동차 소유권을 취득한 리스 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표준약관이 개정되더라도 고객 부담이 달라지는 게 없다는 점에다. 각 금융회사는 수정된 약관에 따라 일단 취득세를 자신들이 내지만 이를 리스료에 반영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런 관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취득세가 리스 자동차를 취득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해당하니 리스료에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이 같은 협회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리스료는 물건 이용료를 주는 것이고 취득세는 소유권이 누구에 있냐 따라 내는 것”이라며 “취득세를 리스료에 반영하는 것은 약관이 변경됐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하나도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