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병우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AIDS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단백질의 대표 구조를 설계해, 치료용 항체 유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 의학센터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그동안 AIDS 치료 항체 개발에 있어 최대 난제로 지목된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응법을 찾았다. 지금까지 외피 단백질이 인간 면역세포에 결합·침투하는 과정을 저해하는 치료법이 제안됐지만 다양한 변이체로 인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변이를 모두 분석, 전체 외피 단백질을 가장 잘 대표하도록 설계된 단백질 '콘엠(ConM)'을 백신 개발에 적합하게 추가 변형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변이 HIV 억제력을 갖는 항체를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2017년까지 알려진 6000개 이상 HIV 외피 단백질의 모든 서열을 분석해, ConM을 백신 개발에 최적화되도록 설계하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밝혔다.
ConM 단백질을 토끼와 짧은 꼬리원숭이에 주입하여 에이즈 치료 항체를 유도, 백신 개발 가능성도 밝혔다.
한병우 교수는 “이 연구는 변이체가 광범위하고 다양해 효과적 치료법 개발이 힘든 HIV 백신 연구에 직접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 원리를 적용해 변종이 심해 치료법 개발이 힘든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과 기초연구사업(선도연구센터) 지원으로 수행했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