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공조기에서 백색가루를 분출하는 것을 두고 소비자와 제조사 간 '에바가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백색가루가 일명 '에바가루'로 판명나고, 인체 유해성까지 확인되면 공개 무상수리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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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제공=현대자동차)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소비자들과 만나 '팰리세이드 백색가루' 논란 공청회를 개최하고, 자체 조사 결과 백색가루 주요 성분이 '산화알루미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산화알루미늄은 수산화알루미늄을 섭씨 300도 이하로 가열하면 생성되는 물질”이라면서 “자동차 공조기는 산화알루미늄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고, 에바가루 주요 성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에 소비자들은 한국세라믹기술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주성분 중 수산화알루미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세라믹기술원은 정부에서 관련 검사를 의뢰하는 곳으로 현대차 자체 분석 결과보다 객관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에바가루는 공조기 작동 시 '에바포레이터' 알루미늄 코팅이 산화하고, 이것이 벗겨져 유입된 것을 말한다. 과거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문제가 됐던 은색 금속가루와 동일한 것이다. 에바가루는 유해 물질로 분류되는 수산화알루미늄이 주성분이다. 수산화알루미늄은 지난해 기아차 쏘렌토, 스포티지, 현대차 투싼 등 3개 차종 39만대 무상수리 권고 당시 문제가 됐던 에바가루 주요 성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수산화알루미늄 분진은 점막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알루미늄 하이드레이트를 포함한 고운 분진을 흡입했을 때 폐기능이 저하됐다. 알루미늄이 포함된 분진을 장기간 흡입하면 비결절성 폐섬유증, 기종, 기흉, 그리고 드물게 뇌병증이 발생했다.

에바가루는 에바포레이터 알루미늄 표면처리공정 불량으로 증발기 표면 알루미늄이 부식되고, 이로 인해 형성된 백색가루가 에어컨 가동 시 송풍구로부터 분출되는 것이다. 부식은 차량 연식과 상관없이 조건만 맞으면 신차에도 발생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팰리세이드 백색가루 분출에 대한 조치를 정하지 않았다. 백색가루 성분이 수산화알루미늄으로 확인되면 환경부에 인체 유해성 여부 검토를 의뢰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국토부, 현대차로부터 관련 자료를 인계받지 못해 유해성 검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인체유해성까지 확인되면 지난해 '쏘렌토 에바가루' 사태 때와 같이 공개 무상수리를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에바가루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입고되거나 교체된 차량이 없다”면서 “팰리세이드 에바포레이터는 두원공조에서 제작하는 것은 맞지만 기존 쏘렌토와 다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어서 에바가루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정부와 현대차의 소극 대처에 '제2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우려했다. 공개 실험을 하지 않고, 현대차에 강력한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피해자는 “에바가루로 큰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