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Photo Image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 단장.

근래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4차 산업혁명은 당연한 것이며, 그저 오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결과에는 무관심하고 절실함이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혁명'은 막막한 현실에 대한 부정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절실함이 배경이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는 변화의 주역이 되지만 실패 시에는 혹독한 시련을 떠안게 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절실함은 무엇인가? 선진국들이 추진하니 뒤질세라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차 산업혁명 후반기 무임승차 하다시피 기적적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자만심으로 무조건 따라잡기 패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속성을 간단히 말하기 어렵지만 외형상으로는 '자율화', 내용상으로는 '속도'로 요약할 수 있다. 즉 모든 부문에서 자율화를 달성하기 위한 속도 경쟁이 핵심이다. 광속이라는 변화를 추구하는 속도 경쟁의 초기에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초기에 엉뚱한 방향을 택한 집단은 돌이킬 수 없는 패자의 위치로 떨어진다. 광속으로 발전하는 시대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없다. 고정된 목표보다 유연하게 수정이 가능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옳은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1초라도 빨라야 한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단이 필요하다. 개인이나 개별 기업이 갖춘 전문성만으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속도 경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융합'과 '플랫폼'이다.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를 기하급수로 확대 재생산할 융합 문화를 정착시키고, 창출된 지식과 아이디어를 최단 기간에 최소 비용으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화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글로벌 패권을 노리는 유럽연합(EU)이 플랫폼 육성에 주목하는 이유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범위'와 '깊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 혁명에서 시작돼 사회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정책 포트폴리오를 설정해야 한다. 눈에 띄는 특정 영역에만 집중 투자했을 경우 4차 산업혁명의 범위가 급속히 확장될 때 몇몇 취약 영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시권에 들어온 신기술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설익은 유망 기술과 드러나진 않지만 지속해서 경쟁력을 창출해 내는 소재기술, 공정기술 같은 기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전부터 발전된 것들이다. 다양한 기술 영역을 택하고 투자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고민과 함께 기술의 깊이를 고민해야 한다. 수월성이 부족한 기술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기술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여러 영역에서 수월성을 키워야 한다. 이미 시작된 강대국 간 신기술 전쟁에서 보듯 앞으로 기술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두터워질 것이다. 선진국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따라잡기가 가능하던 시기에 산업화에 성공했고, 제조업 강국이 됐다. 그러나 우리의 성공 경험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높아지는 선진국의 기술보호 장벽, 빈발하는 무역 전쟁, 급격히 단축되는 제품 수명 주기 등 험난한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맞서 우리는 모든 역량을 체계화하고 집중해서 제조업 경쟁력을 적어도 세계 3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초반인 지금 우리의 강점은 최대한 키우고 우리에게 있는 것을 활용해 선진 기술을 흡수해야 한다. 초정밀 가공기술 기반 반도체 산업 등 우리 강점인 제조업의 기반을 선진국과 협력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 약점 영역을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영역은 적극 투자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30년 내지 50년 동안 이어질 변화다. 승패의 운명을 가르게 될 초반 전략 영역에서의 적극 대응과 함께 새로운 지식·기술을 지속 제공할 영역에 대한 꾸준한 투자 확대 및 투자 효율성 제고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하는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인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지 등 깊이 있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택해야 할 길은 제조 혁명에 성공해서 제조업 강국이 되는 것밖에 없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변화무쌍한 퍼즐 조각들을 지혜롭게 짜 맞춰서 정답이 없는 길을 우리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jkpark@nanotech2020.org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