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 과세체계가 가격 기준 과세 체제인 '종가세'에서 주류의 양 또는 알코올 함량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주세 제도 개편은 1966년 과세 이후 53년 만이며 맥주와 탁주(막걸리)가 먼저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소주나 와인, 위스키 등의 세율은 필요시 5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 개편 공청회'를 열고 주세 개편을 위한 3가지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정부는 공청회 후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7월 말 세제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주세 개편 시나리오는 크게 △맥주만 종량세 전환 △맥주·탁주 종량세 전환 △맥주·탁주 우선 전환 후 소주·위스키 등 5년 유예 등 3가지다.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은 이번 주세 개편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수입맥주와 국내맥주간의 조세 중립성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유력하게 검토되는 방안이다.
맥주의 세율 체계를 종가에서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현행 출고량 기준 리터당 주세 납부세액이 국내맥주의 경우 856원에서 840.62원으로 15.38원(-1.8%)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수입맥주는 리터당 납부세액이 764.52원에서 856원으로 91.48원(12%) 인상될 전망이다.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에 세금이 매겨져 낮은 세율이 적용됐으나 종량세 전환으로 국내 맥주와 같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방안대로 시행될 경우 소주와 위스키 등은 기존 종가세를 유지하게 돼 세율 변화가 없다. 또한 보고서는 일부 저가 맥주의 개별 가격 상승 요인이 있지만 현재 '4캔 1만원'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맥주와 함께 탁주도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탁주의 경우 다른 주종에 비해 교육세를 부과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종량세 전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리터당 40.44원 납부세액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탁주 등 전통주 업계에서는 세율체계 전환과 함께 기타주류의 재분류를 통해 다양한 신제품 출시의 활로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번째 시나리오는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우선 전환하고 나머지 와인이나 청주 등 발효주, 위스키나 희석식 소주 등 증류주 등의 주종은 5년여 동안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이는 종량세 개편으로 인한 소주값 인상 등 부작용을 막고 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 주종을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고도주·고세율 원칙이 지켜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종량세 체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종에 따라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과 고가 수입제품의 세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용인해야 고도주·고세율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다년간 논의로 이미 사회적 합의는 끝난 만큼 이번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맥주, 막걸리 우선 시행이 무조건 포함되길 바란다”며 “국내 맥주업계는 이번 정부의 결단에 사활이 달렸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