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에서 마련한 세 가지 개편(안)을 공개했다. 기존 1~3단계 누진체계를 유지하면서 하계(7~8월)에만 누진구간을 확대하거나, 하계에만 세 번째 단계를 폐지해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다. 45년간 유지해온 누진제를 전면 폐지하는 파격 대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기를 많이 쓰는 우량가구에 요금할인 혜택이 집중돼 누진제 취지 자체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 △전기요금 인하에 따른 한국전력 재무부담 대안은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은 풀어야할 숙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 TF'에서 세 가지 대안을 마련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TF는 정부·한전·소비자 단체·학계·국책연구기관 등 12인으로 구성, 지난해 12월부터 논의를 이어왔다. 폭염에 전기요금 걱정 없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취지다.
현행 누진제는 월 전기 사용량이 200㎾h 이하 구간에는 1㎾h당 93.3원, 201∼400㎾h 구간에는 187.9원, 400㎾h 초과 구간에는 280.6원을 각각 부과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다.
TF에서 제시한 전기요금 개편 1안은 기존 1~3단계 누진체계를 유지하면서 하계(7~8월)에만 별도로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1단계 구간을 200㎾h 이하에서 300㎾h 이하로, 2단계 구간을 201~400㎾h에서 301~450㎾h로, 3단계 구간을 401㎾h 이상에서 451㎾h 이상으로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할인해주던 것을 상시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 1629만 가구가 월 1만142원씩 할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2안은 하계(7~8월)에만 누진제 3단계를 폐지하는 안이다. 전기 사용량이 200㎾h 이하인 가구에는 93.3원 요금을 적용하고 이후부터는 2단계 요금인 187.9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폭염기간에 609만 가구가 월 1만7864원씩 할인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3안은 전기 사용량에 상관없이 1㎾h당 125.5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폐지하는 안이다. 정부는 887만 가구가 1년 동안 매달 9951원씩 할인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누진제는 '주택용 전력소비 억제'와 '저소득층 보호' 차원에서 1974년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정부가 소개한 개편안은 전기를 과소비할수록 할인금액이 커져 누진제 취지 자체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오히려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1안의 경우 월 250㎾h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 할인율(18.3%)이 450㎾h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 할인율(25.5%)보다 7.2%포인트 적다. 개편안 2안을 적용하면 월 전기 사용량이 450㎾h 미만인 가구는 요금할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개편안 3안은 월 200㎾h 전기를 사용하는 가구가 기존에 내던 전기 요금보다 오히려 46% 가량을 더 내야 하는 구조다. 약 1416만 가구가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누진제 개편안을 도입하면 폭염 시 약 1911억~2985억원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한전의 재무 부담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철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로 발생한 한전 부담액은 약 36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배려계층 특별지원 명분으로 보전해준 금액은 10% 수준이다. 한전 영업 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정부가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누진제 TF는 토론회·공청회·온라인게시판 등 의견수렴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권고(안)을 한전에 제시할 예정”이라며 “이후 한전은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요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내에 누진제 개편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누진제 1~3안 개요 및 장·단점 / 자료=산업부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