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일몰을 앞둔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이하 표기력 사업)' 연장을 추진한다. 사업이 일몰되면 당장 수소경제 표준화 등 신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는 융합 신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표기력 과제를 지속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등 융합신산업 국제표준 선점에 속도를 내기 위해 표기력 개별 과제 규모를 현행보다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0년 일몰을 앞둔 표기력 사업을 '일몰사업 관리 혁신'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다. 일몰사업 관리 혁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몰을 앞둔 사업을 대상으로 연구단절 방지를 고려하는 연구개발(R&D) 평가다.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 5년 단위로 평가를 갱신한다. 일단 5년 간 기존 사업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셈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표기력 사업은 일몰사업 관리 혁신 대상 사업으로 신청했다”며 “큰 틀에서 기존 사업 형태를 유지하면서 세부 내용은 일부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표기력 사업은 국제 표준을 개발하거나 구축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연간 사업 규모는 계속 과제를 포함해 250억원 내외다.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국제표준 제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국표원은 현행 표기력 사업 기본 틀을 유지할 계획이다. 표기력 사업은 원천기술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표준안을 개발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표준화 연구개발'과 국제 표준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국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표준화 기반조성' 사업으로 나뉜다. 두 사업이 맞물리면서 국제표준 제정 지원을 이어간다.
국표원이 표기력 사업을 일몰사업 관리 혁신으로 신청한 데에는 기존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당장 내년에 사업이 일몰하면 신규 과제는 진행할 수 없다. 국제 표준기구에서 최종 국제표준(IS)안까지 도출되기 위해서는 통상 2~4년이 걸리는데 표준 제정 초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이후 논의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수소경제와 AI 등 융합신산업 분야에서 국제표준 선점을 위해서도 과제 연장이 필요하다. 국표원은 2030년까지 수소경제 관련 국제표준 15건을 제정한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당장 내년 표기력 과제가 시행되지 못하면 수소충전소 성능안전과 건설기계·선박용 연료전지 성능안전 표준화 개발을 시행할 수 없다.
전문가도 아직 국제 표준이 제정되지 않은 융합신산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표기력 과제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융합신산업 분야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과제당 1억~2억원 규모 소형 과제를 유지하면서도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형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병구 고려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려면 이질적인 산업 간 접점이 되는 부분에서 국제 표준 제정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며 “기존 표기력 과제를 대형화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면서, 구석구석 표준이 제정돼야 하는 분야에 적용될 소형 과제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내달 일몰사업 관리 혁신 신청 사업을 평가한다. 이후 기재부와 국회에서 최종 예산 지원을 결정한다. 오는 9월이면 사업 지원 여부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