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여가를 이용하는 문화도구로 자리매김했다. 게임 이용빈도가 높아지면서 e스포츠 역시 새로운 문화 향유물로 부상했다.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아 놀이문화, 사교 도구 및 관광자원으로도 주목받는다.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규칙과 점수 그리고 승패가 있다. 승리하기 위해 훈련에 전념한다. 득점 시스템이나 정교함에 관련한 단련을 한다. 팀에는 전략을 수립하는 감독과 코치가 있다. 심판이 사이드라인에서 판정을 내린다. 예비선수 규정도 존재한다.
이드소프트웨어의 일인칭슈팅게임(FPS) '퀘이크'가 e스포츠 시초다. 1995년 '둠2' 대회를 열며 선수 개인에게 후원자가 붙는 체계를 만들었다. 1998년 퀘이크 토너먼트 '레드애니힐레이션' 대회장 분위기와 관전하는 팬 열기에 고무받은 관계자들이 '스포츠'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우승자 '트래쉬 퐁'은 존 카맥 이드소프트웨어 대표로부터 페라리 스포츠카와 함께 '최초의 프로게이머'라는 명예를 얻었다. 트래쉬 퐁은 1998년에만 프로게이머 활동으로 10만달러를 벌었다.
이후 인터넷 서비스 '코넷' 광고에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쌈장' 이기석이 출연하며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에 대한 한국인 인식이 전환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전문 직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게임 전문학과가 생기고 프로팀이 창단됐다.
게임 전문 방송 채널이 생기며 실황 중계 개념을 도입했다. 미식축구가 그러하듯 실황중계로 저변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중계를 바탕으로 한 인물 간 대결 구도는 e스포츠가 관중과 선수가 있는 스포츠로 만들었다. 임요환과 홍진호의 '임진록'은 캐릭터성과 전략에 기반을 둔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스타그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은 광안리에 10만명을 운집시키며 인기를 과시했다. 같은 날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1만5000명을 압도했다.
작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순 시청자수는 996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3800만명, NBA 파이널 3200만명보다 높다. 슈퍼볼이 1억1100만명으로 롤드컵을 이겼지만 곧 역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스포츠 시청자 평균 연령대는 26세로 MLB, NBA, NFL 등 전통 스포츠 리그 팬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향후 e스포츠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e스포츠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e스포츠 경기장을 짓고 국제대회를 유치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 경기장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전통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팀을 응원하고 감정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일부 종목이 지역연고를 도입해 자부심과 관심도를 크게 올리기도 했다.
e스포츠 대회 유치를 통해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외국인이 개최국을 찾는 효과를 기대한다. 폴란드 광산도시 카토비체가 e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관광도시로 거듭난 사례를 참고한다. 해외 여행사 상품에 e스포츠 투어가 탄생했고 상암e스포츠 경기장 1층 로비와 종로 롤파크 카페에는 선수들 사진을 찍으려는 외국 소녀가 장사진을 이룬다.
이미 e스포츠 선수는 스타급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SK T1 '페이커' 이상혁은 문재인 대통령, 방탄소년단처럼 뉴욕타임스퀘어 광장에 생일광고가 걸렸다. 국내가 아닌 중국 팬클럽이 주도했다.
'보는 게임'에 관한 관심이 쏠리면서 e스포츠 투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과거 '게임 올림픽'이라고 불리던 WCG도 6년만에 재개된다. 스마일게이트가 삼성전자에서 상표권을 인수해 가상현실(VR)게임을 접목한다. e스포츠 외연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스포츠에 광고·미디어콘텐츠 결합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 등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미국 컴캐스트와 협력해 글로벌 합작 벤처를 추진하고 KT와 LG유플러스는 e스포츠 리그 운영이나 5G 중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뉴욕 양키스, 맨체스터 시티, 바르셀로나 등 전통스포츠 클럽도 e스포츠 팀을 창단하고 e스포츠 리그를 출범시키는 등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대학은 미식축구, 농구와 마찬가지로 e스포츠에 장학금을 주면서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e스포츠를 스포츠 범주에 넣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통 스포츠와 다르게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정교하고 빠르게 누르는 게 신체능력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지지받지는 못한다. 전통 스포츠는 바둑 정도를 제외하면 격렬한 신체 활동을 수반한다. 육체적 한계에 도전한다. 스포츠가 가진 물리적 연계성 탓에 많은 사람이 게임을 축구, 미식축구, 농구와 같은 영역으로 분류하기를 꺼린다.
종목 연속성이 보장 되지 않으며 사기업에 종속돼있다는 주장은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전통 스포츠는 변화가 크게 없지만 e스포츠는 세부 종목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상업성으로 연결돼 스포츠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2017년 실내 무도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리그오브레전드' 대신 '도타2'가 선정되자 한국e스포츠협회는 “e스포츠 종목이 부적절한 절차로 선정됐다”며 대회를 거부했다. 당시 알리바바와 라이엇게임즈 모회사인 텐센트 간 경쟁 관계가 종목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사 게임을 e스포츠 한 종목으로 인정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e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이 게임 매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NFL, NBA, FIFA 그리고 IOC까지 상업성을 추구하지만 스포츠 핵심 가치를 지키려는 시도와 사회 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 대중 인식 역시 e스포츠에 호의적이지 않다. 존재가 알려지고 IOC가 스포츠로서 공인한 것뿐이지 여전히 다수는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씻어내지 못했다. 유튜브가 유튜브 게이밍 플랫폼을 출시하자 미국 유명 방송인인 지미키엘이 이를 조롱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