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위기에 처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고의가 없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심사를 앞둔 대기업 총수의 형사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장은 “플랜B는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표현했다.
김범수 의장은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해 “카카오가 매우 빠르게 몸집이 키우다보니 통상적인 대기업과 많이 다르다”면서 “계열사 임원들도 20~30대인 경우가 많고 법무담당자가 아예 없는 회사도 많아 실수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공정거래법 위반 피고인 자격으로 재판에 섰다. 2016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당시 카카오 계열사 임원이 개인적으로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 5곳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강성 카카오 준법경영실 부사장 등 카카오 임직원 2명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들은 5개 회사 신고누락 경위에 대해 “업무파악 미숙으로 인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카카오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은 “카카오가 신고 누락된 것을 발견한 직후 즉시 자신신고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검찰은 이날 김범수 의장에게 1억원 벌금형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달 14일 열린다.
김범수 의장이 벌금형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얻는데 큰 장애물이 생긴다. 카카오는 이달 금융위에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10%를 가진 카카오뱅크 지분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법제처에 '인터넷은행 한도초과보유주주 심사시 개인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는지' 대한 유권해석을 신청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과 달리 산업자본 소유를 허용한 인터넷은행이기 때문이다.
법제처가 '개인 최대주주도 심사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금융위는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
재판에서 벌금형이 선고되면 김 의장이 총수(동일인)로 지정된 카카오는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는데 상당한 고초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법은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경우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벌금형을 받아도 금융위가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하면 예외가 인정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구형대로 1억원 상당 벌금형이 내려지면 금융위가 쉽게 예외 판정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김범수 의장 입장에서는 무죄를 받던지 벌금을 확 낮추던지 둘 중 하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공판에서 직접 최후 변론을 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매우 빨리 성장해 다른 대기업과 체질이 다르다”면서 “이번 일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더 신경을 쓰겠다. 단순 담당자 실수로 벌어진 일이니 선처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재판 이후 “벌금형이 확정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 도전할 다른 방법이 있나”라는 기자들 질문에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