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MoT 시대' 소재 경쟁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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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 PD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마지막 시리즈인 시즌 8이 국내 방영을 시작했다. 2011년 첫 시리즈를 시작한 '왕좌의 게임'은 죽은 자를 좀비로 부활시킨 군대를 거느린 '나이트킹'과 이를 저지하려는 '살아있는 자'들의 사투를 그렸다. 방대한 내용을 담은 고전 서사시를 연상케 한다. 스토리를 지탱하는 중요한 설정 가운데 하나는 좀비 군대를 죽일 수 있는 '드래건 글라스'다. '왕좌의 게임'이 그리는 세계에서는 드래건 글라스 같은 특수 소재로 만든 무기가 강철 검 같은 기존의 무기를 압도한다. 핵심 소재를 차지하는 자가 살아남는 치열한 사투를 다룬 드라마가 '왕좌의 게임'인 셈이다.

소재는 산업·기술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만물이 연결된다는 뜻을 담은 사물인터넷(IoT)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고, 배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물배터리(BoT)란 말도 등장했다.

필자는 소재로 이뤄지지 않은 사물은 없다는 뜻을 담은 '사물소재(MoT, Material of Things)'란 용어를 강조하고 싶다. 멀지 않은 미래에 5000억개 이상 사물들이 연결된다는 IoT 기술에 각종 센서 소재가 없으면 구현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고속·초저지연 5세대(G) 통신, 전기차·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결국 세라믹·금속·화학·섬유 등 4대 핵심 소재로 만들어진다. 가위 MoT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oT 시대는 기술 중심 시대에 스며들어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 초지능,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통신 네트워크는 5G·6G로 광속 진격,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무량대수급 확장, 첨단 소재는 융합하고 또 융합한다. 이들 산업은 기하급수로 신기술을 쏟아낼 것이다. 그 중심에는 소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재 산업은 녹록하지 않다. 소재 산업 자립화 비율은 66% 수준에 그치며, 많은 핵심 소재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소재·부품의 무역수지는 2014년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점점 더 규모를 확장하고 있지만 소재만 떼놓고 보면 무역수지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재 산업을 가마우지 신세에 비유한다. 죽을힘을 다해서 물고기를 사냥해도 실속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반면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은 제조업이 돈을 벌수록 더 많은 돈을 챙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나라 산업이 성장하더라도 겉만 화려한 빈껍데기 성장을 지속할 것이다.

소재 부문은 통상 제조업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소재는 부품·모듈·제품의 부가 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새 기술을 적용해서 개발하는 첨단 소재는 혁신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소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재는 제조업 부가 가치를 높이는 산업 경쟁력 향상의 근간이다. 소재 산업이 약화되면 고스란히 제조업의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중국에 추월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6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잿빛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은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도태되는 승자독식 시장으로 치닫고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의 드래건 글라스 같은 핵심 소재를 갖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되기 쉽다. 소재 산업과 함께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정봉용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세라믹 PD, jby67@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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