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수금액 5000억~6000억원 넘으면 'M&A 심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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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5000억~6000억원 이상을 들여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에는 정부의 '기업결합심사' 장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잠재 경쟁사업자를 인수, 시장을 독과점 하거나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유망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금액(인수금액)에 기반한 기업결합 신고기준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연구용역을 거쳐 연내 관련 시행령·고시·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한다.

공정위는 작년 말 발의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서 '인수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고',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의 활동을 할 때' 기업결합신고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은 아무리 고가에 인수가 이뤄져도 인수·피인수 기업의 매출액·자산총액이 기준 아래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2014년 페이스북은 약 20조원을 들여 와츠앱을 인수했는데, 와츠앱의 한국 매출이 적어 기업결합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8조원을 들여 깃허브(Github)를 인수할 때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향후 공정거래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을 감안, '얼마 이상으로' 기업을 인수할 때 기업결합신고 대상에 포함할지 정하기로 했다. 기준은 5000억~6000억원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공정위는 독일 사례를 참조해 기준을 '5100억원(4억유로) 이상'으로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독일 사례를 언급하며 “인수금액 6000억원 정도를 기준으로 세부 내용을 정할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면서 “기준 금액은 연구용역 등을 거쳐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다른 요건인 '상당한 수준의 활동'도 규정한다. 정무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3년 내에 △국내 시장에서 월간 1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제공한 경우 △국내 연구개발(R&D) 시설을 임차하거나 연구 인력을 활용해 왔으며, 관련 예산이 연간 300억원 이상인 경우 등으로 예시하고 세부내용은 연구용역을 거쳐 정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인수금액 기준 등이 확정되면 대기업·외국계기업의 '무차별 M&A'를 통한 독과점 강화 우려가 해소될 전망이다. 반대로 이번 조치가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M&A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M&A 위축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독일도 제도 도입 1년(2017~2018년) 동안 신고된 1300건 M&A 중 인수금액 기준에 해당한 사례가 20건(1.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M&A에서 거래금액이 6000억원에 이른 사례가 없었다. 대부분의 신산업 M&A는 이 기준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안전지대에 들어가면 신속 심사가 가능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