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달릴 수록 주행거리 늘어나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국내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던 한국지엠 '쉐보레 볼트(Bolt)'가 올해로 출시 3년째를 맞이했다. 우수한 디자인, 주행거리, 배터리 효율성, 넉넉한 실내공간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춰 매년 공급 가능 물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상황이다. 올 1분기에만 벌써 650대가 팔리며 지난해보다 294% 가량 성장했다. 한국지엠은 사상 최대 규모인 7000대를 준비해 많은 고객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Photo Image
한국지엠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제공=한국지엠)

최근 볼트 LT 프리미어 트림을 타고 해안도로, 1100고지 등 제주도 일대 110㎞ 구간을 시승했다. 이번 시승은 볼트 강점으로 꼽히는 회생제동시스템을 이용한 연비 주행과 오르막, 내리막길 주행으로 실용성을 검증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볼트는 전장 4165㎜, 전폭 1765㎜, 전고 1610㎜ 크기 소형차다. 쉐보레는 해치백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높은 전고와 루프라인을 고려하면 크로스오버차량(CUV)이나 다목적차량(MPV)에 가깝다. 듀얼포트 그릴과 직선을 살린 모습은 전형적인 최근 쉐보레 차량이다. 전기차라고 해서 미래지향적이거나 외계에서 온 것 같은 느낌을 줄 필요가 없다. 이제는 현실로 들어온 새로운 동력을 사용하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실내는 차량 크기 대비 넓은 편이다. 쉐보레 소형차 전용 감마 플랫폼이 아닌 볼트를 위한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이다. 앞좌석은 준중형급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도 좁지 않다. 오히려 동급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면 훨씬 넉넉했다. 다만 배터리를 바닥에 깔면서 높게 설정된 시트 포지션은 승차감이나 주행 안정감을 떨어뜨렸다. 트렁크는 바닥판을 제거하면 적재공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Photo Image
한국지엠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인테리어 (제공=한국지엠)

차량 1열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 위치한 10.2인치 터치스크린은 배터리 상태, 주행정보, 공조 등 차량 상태를 한 눈에 보여줬다.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구현한다.

한국지엠은 볼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쉐보레 고유의 '사용자경험(UX)'을 구축했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래픽이나 눈에 보여지는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했다. 지난해부터 안드로이드 오토가 국내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볼트의 단점으로 꼽혔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졌다.

전기차 주행 특성은 정숙성과 빠른 반응속도다. 제주 시내도로에서 시속 30~50㎞ 속도로 주행할 때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노면음, 풍절음 등 외부 소음이나 모터소리와 같은 차량 내부 소음이 객실 내로 거의 유입되지 않았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진동도 전혀 없다. 실내에서는 탑승객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Photo Image
한국지엠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제공=한국지엠)

제주도 일주도로에서는 볼트 가속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 볼트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m 힘을 내는 싱글 모터 시스템을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속도까지 7초 안에 도달한다. 실제로 주행 중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자 '윙'하는 모터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시트에 박혔다.

1100고지를 향해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전혀 힘이 부족하지 않았다. 높은 토크 덕분에 웬만한 디젤 차량보다 시원한 가속력을 제공했다.

회생제동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볼트는 회생제동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 버튼을 눌러 속도를 줄이는 방법과 기어스틱을 'L'로 놓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방법이 있다. 스티어링휠 뒤 버튼만으로 브레이크를 살짝 밟는 효과를 내는데, 발을 움직일 필요가 없이 마치 오디오 볼륨을 조절하듯 터치 한번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D에서 기어스틸을 툭 치면 L로 모드가 옮겨졌다. 가속페달 하나로 가속과 제동을 다 하는 '원 페달 시스템'을 구현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감속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동에 가깝게 감속을 하고 그대로 발을 떼고 있으면 차가 멈추기까지 한다.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감속을 시작해 차가 멈추기까지는 매우 짧다. 거의 브레이크를 꾹 밟는 수준의 감속 충격이 있다. 막히는 시내 주행에서는 페달 하나만으로 가속·제동을 조절해서 더욱 편리할 것 같다.

Photo Image
한국지엠 전기차 쉐보레 볼트(Bolt) (제공=한국지엠)

실제 1100고지를 올라갈 때는 주행가능 거리가 150㎞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산등성이를 내려가기 시작하자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L모드로 주행하면서 브레이크 대신 스티어링 휠 후면의 패들 버튼을 통해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Regen on Demand)'을 작동시켰다. 그 결과, 중문단지에 도착했을 때 쯤 주행거리가 1100고지 오르기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충전됐다.

다만 고속주행 중에는 L모드로 주행할 경우 제동이 강하게 걸려서 오히려 불편했다. 또 탄력주행이 불가능해 주행거리에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고속도로에서는 주로 D모드로 주행하는 것이 효율성이 높았다.

볼트 가격은 LT 4593만원, LT 디럭스 4693만원, 프리미어 4814만원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9년 보조금 개선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차량 성능에 따라 차등 지급되며 볼트는 최대치인 900만원을 지원받는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올해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