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2021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학생부 교과전형 비율을 세 배 늘리기로 했다. '정시 확대' 정책을 따르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달 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학생부교과전형을 30%로 늘리는 안을 담은 2021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했다.
고려대는 올해 입시에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400명(10.5%)을 뽑았다. 2021학년도에는 비율을 세 배로 늘리면서 1000명이 넘는 신입생을 교과전형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1학년도 입시에서 주요 대학에게 정시 비율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차관이 몇몇 총장에게 전화까지 걸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학년도부터는 정시로 30%를 뽑거나 그만큼 학생부 교과전형 비율을 높여야 한다.
정시로 학생을 대폭 선발할 경우, 우수학생은 수시를 통해 다른 학교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 수시 비율을 유지하는 대책인 셈이다.
이는 교육부가 정시를 확대하려고 했던 취지와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 각 대학에 2022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 전형)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했다. 정시 비중을 늘리지 않는 학교는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수도권 대학을 정시 선발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학생부 교과전형 비율이 정시만큼의 비중을 충족했을 때라는 예외를 뒀으나 학생부교과전형 비율이 30%를 넘는 학교가 지방대학이었기 때문이다.
고려대가 제출한 계획은 교육부 취지에는 벗어났지만,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충족한다. 향후 교육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