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의료기기, 노딜 브렉시트로 유럽 판매 금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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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기기 기업 150개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국가(EU)에서 제품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150개 기업은 1년 이상 걸리는 유럽 내 다른 국가 인증기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유럽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23일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제조 의료기기 기업 가운데 영국 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의료기기 인증(CE 인증)을 받은 곳은 150개사다. 연간 수출 금액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내 의료기기 수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들 기업은 브렉시트 후 유럽 국가가 영국 시험인증기관 인증을 무효화하는 조치를 내리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EU 국가 간 기술 장벽을 해소하고 상호 인증을 뜻하는 CE인증 역시 효력이 없다. 영국과 EU는 서로 다른 인증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영국 브렉시트 시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150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호혜 차원에서 인증을 유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지만 극단적으로 영-EU 간 인증 효력을 공유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국산 의료기기 기업 대표는 “국산 의료기기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대응이 느린 데다 인증을 새로 받으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사실상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고객이 가장 많은 영국 시험인증기관 두 곳(BSI, SGS)에 인증 효력 여부를 문의했지만 영국 시험기관 역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른 유럽 지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등 구체화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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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국내 의료기기 수출 실적

2017년 기준 국내 의료기기 수출 규모는 32억달러(약 3조5782억원)로 전년 대비 약 8% 성장했다. 수출 기업은 총 931개사다. 수출 상위 20개국 가운데 독일 4위, 프랑스 8위, 이탈리아 10위, 영국 11위 등 상위 순위에 오른다. 특히 프랑스(32.6%), 이탈리아(20.4%), 영국(52.5%) 등의 수출 성장률은 가파르다.

선제 대응 방안은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국가 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CE인증을 다시 받는 일이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비용과 1년 이상 걸리는 시간 때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고재용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팀장은 “현실 방안은 다른 유럽 국가 기관으로 인증을 새롭게 받는 것”이라면서 “내년 5월 시행 예정인 CE인증 규제 개편과 맞물리면서 신규로 인증을 준비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신규 인증 준비 정보 제공과 함께 당분간은 영국 인증 기관 이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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