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최고경영자가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항상 선도적인 국가”라고 치켜세우며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검증 요구 등에 적극 응해 보안 의혹을 조기 해소하는 데 힘쓰기로 했지만, 미국 등의 근거 없는 의혹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 붐이 일면서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자신했다.
중국 선전시 본사에서 만난 궈 핑 화웨이 순환회장(이하 회장)은 “지난 20년 간 한국은 ICT를 활용해 전 산업을 발전시켜 왔고 이제는 5G에서 명확한 목표와 실행 계획을 보유했다”면서 보안 이슈로 소원해진 한국과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궈 회장은 “화웨이는 한국 전담 구매팀을 설치했다”면서 “지난해 한국 구매 거래가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넘었는데, 이는 한국의 대 중국 수출액의 6.6%에 해당한다”고 소개했다.
다음달 중순 서울에 세계 첫 5G 오픈랩 개소도 준비 중이다. 5G 관련 국내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통신 장비 테스트 등을 지원한다.
그는 “SK텔레콤과 KT 역시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들에게도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싶다”고 공급처 확대 의지도 보였다.
또 “한국 정부가 정치인 말만 듣지 않고 통신사, 학계 등 전문가와 5G 보안기술 자문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협의회에 협력해 5G 사이버 보안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안 이슈는 정면 대응했다. 미국 논리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한편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도 재차 강조했다.
궈 회장은 “만약 화웨이가 기술이 부족해 경쟁에서 패배했다면 원망이나 후회 없이 더 노력했을 것”이라면서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이 특정 정치인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실력으로 경쟁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화웨이는 직원이 100% 주식을 보유한 우리사주 회사”라면서 “주주 가운데 중국 정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와 연관설을 부정했다. 그는 “런정페이 창업자가 군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라면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를 가는 한국 기업은 모두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30년 간 세계 170여개국에 통신 장비를 납품했지만 악성 사이버 보안 사고가 한 건도 없었으며, 오히려 스노든 사건에서 보듯 미국이 백도어를 설치했다”면서 “호주 정부가 백도어를 요구하는 'AA법안'을 통과시키자 화웨이는 장비 공급을 거절할 정도로 보안에 관한한 철저한 철학을 보유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는 4G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실적이 좋지 않았으나, 올해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5G 투자 붐이 일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궈 회장은 “올해 중국 정부가 주파수를 할당하는 등 세계적으로 5G 네트워크 투자 붐이 일 것”이라면서 “화웨이는 5G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사업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매출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지난해 150억달러를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경쟁사 R&D 비용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라며 “무어의 법칙처럼 통신에서도 고객 비용이 18개월마다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기술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5G 칩셋 공급에 대해서는 “애플이 요청하면 5G 칩셋 공급을 열린 태도로 판단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 승인이 날지 의문이고, 칩셋 공급은 당사 핵심 비즈니스가 아니다”라고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선전(중국)=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