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 결정을 다시 미뤘다. 사후규제로 가자는 분위기는 형성됐다. 그러나 이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한 달 내 제출하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구했다. 공익성 확보 방안도 요구했다. 내용이 불충분하면 합산규제를 연장하고 충분하다면 법률을 개정한다고 했다. 모든 짐을 정부에 떠넘겼다. 답답한 노릇이다.
합산규제 일몰 후 사후규제는 이미 예견된 방향이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가 존재한다. 한 사업자가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하기 어렵다. 합산규제가 최종 폐지되면 자연스레 이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월 IPTV와 케이블TV 3분의 1 제한 법률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도 사후규제가 핵심이다. 국회가 새로운 방안을 도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예정된 순서일 뿐이다.
공익성 확보 역시 억지에 가깝다. 합산규제는 독과점을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규제 일몰 시 필요한 독과점 방지책과 경쟁 촉진 방안을 요구하는 게 옳다. 공익성은 본질과 거리가 멀다.
결국 국회는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10개월이란 시간만 허비했다. 그동안 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케이블TV 경쟁력은 더 저하됐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장 정책은 전문성 있는 정부에 맡겨야 한다. 국회에 요구되는 덕목은 시간 끌기가 아니라 신속한 결정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