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난도 전략형 R&D로 시장판 흔들자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초고난도 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글로벌 미래선도혁신기술개발(G-FIRST) 사업'을 시작한다. 그저 그런 R&D가 아니라 시장을 뒤흔드는, 파급력 큰 기술 개발을 위해 2021~2035년 15년 동안 2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두 가지 면에서 반갑다. R&D 핵심 2개 부처가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것, 또 전략적 목표를 세워서 더욱 공격적인 정부 R&D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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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R&D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세상과 시장의 판을 뒤흔들 큰 성과물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출발부터 실패하지 않을 과제를 택했고, 집중 예산 투입보다는 여러 곳에 예산을 뿌려 주는 일이 많다 보니 큰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기업체와 달리 정부 R&D는 실패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 하기 어려운 공격적 목표를 정하고, 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적인 예산 투입을 해볼 때가 됐다. 더 높은 곳을 봐야 한다. 정부 R&D도 '추격자'에서 벗어나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

G-FIRST 프로젝트가 잘 가동하려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위험도가 있지만 성공 시 글로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아이템을 잘 선정해야 한다. 미래 시장에 대한 정교한 예측, 글로벌 경쟁 상황 등도 꼼꼼히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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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시작한 R&D 사업에 대한 부침 없는 지원도 필요하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면서 과제가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일을 차단할 장치가 있다면 좋겠다.

이밖에 '성실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문화, 실패한 후에도 이를 잘 분석해서 다른 연구 과제에 교훈으로 삼는 사후 작업도 이전보다는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공격적인 정부 투자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두 부처가 손잡고 야심에 차게 시작하는 고난도 전략형 정부 R&D가 세상의 판을 뒤흔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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