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작업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알맹이' 없어진 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전'에 시장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 한화그룹 등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국내 항공 및 운송시장에 대 혁변이 예상된다. 반면 금호아시안그룹(이하 금호그룹)은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재계 60위권 중견기업으로 위상이 떨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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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투자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항공 매각 가액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예상된다.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 산업 특성상 단순 지분 가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혀 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투입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금액이 될 수도 있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결국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물밑에서는 벌써부터 치열한 인수전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를 갖는 동시에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계열사로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군은 SK그룹이다. 지난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정식 제안했고, 전략위원회에서 공식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총괄부사장으로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실적 호조로 '총알'도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만기 상환 용도가 아닌 순발행 회사채만 3조3000억원을 발행했다. 올해도 지금까지 2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유동성 상황은 탄탄하다. 그룹 전체가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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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은 이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에서 인수설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그룹도 강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항공기 주요 부품을 만드는 만큼, 항공운송사업을 하게되면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가 높다는 평가다. 한화는 지난해 계열사를 통해 160억원을 LCC '에어로케이'에 투자했다가 사업면허가 반려로 투자금을 회수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항공사 M&A마다 매수 후보로 거론된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국내 2위 항공기업이 되면서, 대한항공과 정면승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나 애경그룹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세계와 CJ는 유통·관광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자들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 내부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으며, 2017년 티웨이항공을 2000억원에 인수하려다 막판 포기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과 운수, 레저 분야만을 남기고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한 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품으며 재계 7위까지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 수준인 재계 60위로 내려앉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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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출처=키움증권)

금호아시아나그룹 해체는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무리한 몸집 불리기가 단초가 됐다. 대우건설 인수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4000억원에 자금을 들였고, 대한통운 인수에도 4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M&A를 통한 무리한 사업 확장은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핵심 계열사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불과 1년 만에 복귀해 다시 그룹을 이끌었다. 박 전 회장 복귀 이후 앞서 사들였던 대우건설, 금호렌터카, 대한통운 등이 연이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연이은 알짜 자회사 매각에도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지키지 못한 채 결국 그룹 총자산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까지 이르게 됐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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