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벤처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는 최초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등극한다.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된 지 불과 3년 만이다.
카카오는 사익 편취 금지 등 기존 규제에 더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등 각종 규제를 추가로 적용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카카오의 활동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5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새롭게 지정하면서 카카오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자산총액이 10조원을 소폭 넘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여러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면서 “아직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은 카카오가 명실상부한 대기업 반열에 올라서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규모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을 반영, 2016년부터 대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구분해서 지정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후 3년 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된다. 카카오가 빠르게 몸집을 키워 온 비결은 적극적 인수합병(M&A)이다. 2014년 포털기업 다음, 2015년 록앤올,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최근 넥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자산 규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은 2000년대 창업한 벤처 출신 ICT 기업의 첫 '대기업집단 입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 5월 1일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32개로, 상당수는 전통산업에 뿌리를 둔 수십년 업력의 기업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으로 카카오 사업이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보다 많은 경제력 집중 억제 규제를 적용받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각종 공시 의무가 생기고, 사익 편취 등이 금지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여기에 추가로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적용된다. 명실상부한 대기업집단으로 인정받은 만큼 공정위의 감시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과거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해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 재벌 기업과 스스로 성장한 오늘날의 대기업을 '기업규모' 잣대만으로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많은 '젊은 기업'이 대기업 반열에 올라서게 될 것”이라면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기업의 정상적 경영을 저해하진 않을지 정부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