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파동이 병원, 환자를 넘어 바이오 업계까지 퍼진다. 의료현장 혼란과 함께 유전자 치료 영역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가 커진다. 개화기에 접어든 K-바이오가 성장 연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신뢰회복과 심사당국 신기술 평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판매를 중단한 골관절염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사태가 의료현장, 산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켰다. 허가당국 역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개선방안을 내놔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3상 중 허가내용과 다른 세포가 들어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해당 세포가 개발 당시와 현재 명칭만 바뀌었을 뿐 성분은 동일함을 강조했다.
동일성분인데다 안전성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더 확산된다. 병원에서는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해 시술 환자를 대상으로 안내에 분주하다. 환자 역시 부작용은 물론 판매 중지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한다. 2017년 11월 판매를 시작한 인보사는 국내 병원 443곳에서 3400명이 넘는 환자가 주사를 맞았다.
한 정형외과병원 관계자는 “대부분 환자는 자신이 맞은 주사가 유전자 치료제로만 알고 있어 이번 판매 중단에 불안감을 보이는데, 일부 환자는 효과가 있었던 치료제가 잠정 판매 중단된 사실에 더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 역시 '황우석 사태'처럼 바이오산업 전체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한다. 인보사는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중에서도 글로벌 성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최근 유전자 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첨단 바이오법)' 통과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자칫 유예 우려까지 나왔다. 첨단 바이오법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후 5일 본 회의 상정을 앞뒀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 사항인 만큼 첨단 바이오법 통과 가능성은 높지만, 유전자 치료제 등 세포 치료영역 육성 필요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인보사 파동은 커다란 악재”라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규제강화 주장이 제기되는데다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해 STR(유전자 정밀성분)검사 의무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 규제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분, 현장 조사 결과는 15일쯤 나올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계속 사용 여부와 처벌 수위가 정해진다.
'인보사 파동'이 K-바이오 신뢰성 회복과 내부 역량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칫 10여년 이상 회사가 알고도 침묵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도덕성 흠집은 물론 허가 취소까지 처분 받을 수 있다. 허가 당국인 식약처 프로세스 개선도 요구된다. 기업이 제출한 자료에만 근거한 심사 프로세스로 사전에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한 책임론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기업에게 있지만, 인력과 예산 등 문제로 문서 중심으로 심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식약처 프로세스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면서 “의약품 허가는 물론 향후 쏟아질 신기술 검증 수요도 높아질 텐데 대응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이용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