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삼성SDI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여파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통적인 비수기 영향에 ESS용 중대형전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국내 ESS용 배터리 수주 공백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전지사업부문은 자동차 전지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LG화학 전지사업 영업손실 규모를 200억원대에서 500억원대로 추산했다.
영업손익이 악화되는 것은 1분기 ESS 화재 관련 충당금이 최대 1000억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화재가 이어지자 지난 1월 중순 산업통상자원부 권고에 따라 자사 배터리를 사용한 ESS 설비에 대해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가동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화재 사건에 대한 역학조사로 인해 ESS 사업 충당금을 1분기에 반영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 4분기 첫 흑자 전환한 자동차 배터리 부문이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 전지사업부문의 경우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1조6000억원에서 1조8000억원대, 영업이익은 500억원대 8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원통형과 전기차용 배터리 실적은 호조를 보이겠지만 화재 영향으로 지난 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ESS 전지 사업은 적자전환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중대형전지 적자 폭도 전분기보다 커질 전망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ESS 주문 감소로 ESS 배터리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20.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ESS 보급에 적극 나서면서 지난해 양사 ESS용 배터리 매출은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17건 화재가 발생하고 관련 조사가 이어지면서 현재 ESS 배터리 신규 수주가 급감한 상태다. 5월 말로 예상되는 원인 조사 결과와 안전 대책이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책이 마련되는 2분기 이후 수요가 회복되며 수주가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화재 조사로 국내용 ESS 배터리 출하가 제한되며 배터리 업계 1분기 ESS 매출은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부 충당금을 인식할 가능성도 있어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화재 원인이 규명되면 ESS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ESS 수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시장 성장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