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 필터가 나온다. 섬유 위에 알루미늄을 코팅해 만든 '전도성 섬유 필터'다. 기존 헤파필터(HEPA)와 비교해 미세먼지 차단 성능은 동등 이상이고,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전도성 섬유 필터 기술 특징과 임박한 상용화 현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전도성 섬유 필터는 일반 부직포 필터에 알루미늄 나노구조체를 코팅해 만든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 미세먼지를 효율 높게 차단, 제거할 수 있는 신소재 필터다.
필터 제조기술은 2017년 재료연구소 이혜문·최동윤 분말·세라믹연구본부 연구팀이 개발했다.
산업 현장에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쓰이던 최신 소재기술을 환경·바이오 분야에 응용한 사례로 꼽힌다.
전도성 섬유 필터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헤파필터에 비해 효율이 10배 이상 높다. 환경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 차단·제거 성능은 헤파필터와 비슷하거나 높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필터 성능은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기공 크기에 좌우된다.
기존 헤파필터는 가는 섬유를 이용해 기공을 매우 작고 촘촘하게 만들어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이 작은 기공 때문에 공기 여과에 필요한 전력 소모량이 높고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한다.
전도성 섬유 필터는 상대적으로 기공이 큰 기존 폴리머 부직포 필터 표면에 알루미늄 나노구조체를 고르게 코팅한 구조다. 전도성을 띤 필터 주변에 전기장을 넣어 필터에 전자기력을 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포집한다.
일반 부직포 필터의 기공 크기로 공기를 정화하기 때문에 공기 주입과 배출에 따른 압력손실을 헤파필터 대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에너지 소모량은 10분의 1로 줄고 소음이나 진동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코팅된 알루미늄 나노구조체 표면에는 약 3~10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산화 보호막이 있다. 필터를 청소해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이유다. 항균 필터를 덧대면 바이오 유해가스도 99%이상 걸러낼 수 있다.
기존에도 일반 부직포 필터에 금속을 코팅하는 무전해 도금기술이 있었다.
무전해 도금공정은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니켈(Ni)이 기본 층으로 들어가 인체에 심각한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무전해 도금 전도성 필터는 공기정화시스템, 공기청정기 등 인체와 직접 맞닿는 기기나 설비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반면 알루미늄 코팅은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거나 보고된 바 없다.
재료연구소는 “미세먼지 제거를 비롯한 공기정화 효율이 높기 때문에 각종 빌딩 공조시스템, 생활 속 공기청정기 등의 필터소재로 활용성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