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구성이 난항을 거듭했다. 7명 후보자 중 2명이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로 낙마한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기한도 지났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만 기한 내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나머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문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이후 판가름날 전망이다.
여야는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일인 1일에도 대치 전선을 이어갔다. 전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지명철회가 도화선이 된 분위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두 후보자 낙마 여세를 몰아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공세를 강화했다. 인사검증 실패를 이유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경질은 물론,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인사발굴과 검증 역량이 목불인견 수준”이라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조 남매'라고 하는데 조 남매가 망쳐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개각 2기는 모두 자격 미달인데 2명의 비(非)코드인사를 낙마시킴으로써 박영선, 김연철 후보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 대한 청와대의 경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앞으로 몇명 더 낙마할지 모르겠지만, 부동산 투기와 싸우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국토부 장관으로 그런 분을 내세운 순간 참사다”라며 “이것저것 말씀드릴 필요없다. 이제는 책임지고 조국 민정수석이 물러날 때”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부담 없는 인사만 경질한 것으로 꼬리자르기도 되지 못한다”면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무능의 대명사가 됐다. 두 분을 하루속히 물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추가 낙마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김연철,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야당 공세를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공세를 더 이상 해선 안 된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인사청문법에 따라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이 협조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다만 낙마한 최정호, 조동호 후보자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청와대에 우려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엄격한 검증 절차를 더 많이 시행해야 한다는 경험을 이번에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정 협의 때 그런 점을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장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하지 않고 나머지 후보자에 대해 종합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모아서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며 “내부 협의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 인사검증 부실의 책임으로 민정·인사수석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명확한 잘못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수석은 “지명 당시 시스템상에서 걸러낼 수 있는 만큼 다 걸러냈다”며 “실수가 있어 흠결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판단하지 않으며, 후보자의 능력을 더 높게 본 가치 판단의 문제다”고 설명했다.
여야 대치 속에 남은 후보자 인사청문채택을 위한 각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도 난관이다.
국회 문체위만이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박양우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적격 의견을, 한국당은 부적격 의견을 각각 담았다.
나머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문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이후 결정된다. 여야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2일 오전 10시에 열기로 했다.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행안위 전체회의는 4일 오전 10시로 잠정 합의됐다.
김연철 통일부,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체회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반발로 여전히 미정이다.
공동취재 성현희 기자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