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했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지난해 하반기 외환시장에서 약 1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29일 한은 홈페이지 외환시장 안정조치 내역에서 순거래금액이 〃1억87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총매수액이 총매도액보다 1억8700만달러 적다는 의미다.
현물환시장에서의 거래액 내역만 공시했다. 다만, 순거래액만 공개해 이 기간 실제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거래액이 어느 정도가 돼야한다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면서도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제한 값이기 때문에 어느 쪽에 얼마나 치우쳤는지는 보여준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권고에 따라 지난해 5월 17일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를 발표했다. 이번 내역 공개는 그 일환으로 이뤄졌다. 외환당국도 불필요한 의심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지난해 환율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움직였고 아래위로 쏠림현상도 줄어든 만큼 공개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따.
이어 “그동안 외환당국이 쏠림현상 등으로 시장이 혼란이 생길 경우 시장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개입을 해왔고 규모도 크지 않았다”며 “이번에 공개된 숫자는 그런 점을 확인시켜준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내역은 9월 말에 공표된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내역은 반기별로,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공개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공개 시점은 해당 기간이 지나고 나서 3개월 뒤로 한다.
업계에서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로 다음 달 나올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지정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미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상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흑자(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 3% 초과)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율 2% 초과) 등 3가지 조건에 근거 환율조작국을 지정한다.
현재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등 두 가지 요건 때문에 미 재무부 '관찰대상국'에 올라있다. 2017년 11월과 2018년 1월 한국 외환당국이 원화 절상 속도 조절을 위해 달러화 매수 개입 규모를 늘렸다는 이유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