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기 둔화에 '정부 씀씀이' 확대…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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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이하 예산안 지침)을 확정하면서 약 5개월에 걸친 본예산 편성 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예산도 '적극적 운영'을 예고해 첫 500조원 돌파가 유력해졌다. 재정은 경제활력 제고, 저소득층 지원, 혁신성장, 미세먼지 저감 등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경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부턴 세수호황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을 2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예산, 3년 만에 '400조→500조'

수년 전부터 정부 예산에는 '슈퍼예산'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재정지출이 매년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005년 200조원을 첫 돌파한 예산은 2011년 300조원대, 2017년 400조원대를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100조원 단위를 넘는데 걸렸던 기간은 두 차례 모두 6년이었다.

내년 예산이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400조원대에서 500조원대로 넘어가는데 걸린 기간은 3년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최근 들어 정부 씀씀이가 훨씬 커졌다는 의미다.

정부는 예산안 지침에서 '경기대응과 소득재분배 기능에 중점을 둔 적극적 재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0년 재정지출 규모를 504조6000억원으로 예상한 만큼 내년 예산 500조원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

정부는 '적극적 재정 운영' 배경으로 최근 경제상황,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등을 꼽았다.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2.7%에 머물렀다. 올해는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1월까지 10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하강' 추세가 뚜렷해졌고, 지난해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도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IMF 미션단도 확장적 재정을 주문해 '대규모 예산 투입'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혁신성장, 소득재분배 강화를 위해 재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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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를 주재해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확정했다.

◇경제 활력에 초점…한국형 실업부조 첫 도입

정부는 첫 번째 중점 재원배분 분야로 '활력이 꿈틀대는 경제'를 제시하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 경제·사회 변화에 맞는 일자리 창출·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청년·중장년·노년 등 생애주기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취업지원을 확대한다.

국민편의 증진을 위해 생활밀착형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를 늘린다. 스마트산단 조성, 스마트공장 보급·고도화 확대, 산업군별 맞춤형 연구개발(R&D) 지원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재원을 대거 투입한다. 서비스산업(문화·보건·콘텐츠·물류 등) 고부가가치화도 중점 재원투입 분야로 제시했다.

두 번째 중점 재원배분 분야는 '내 삶이 따뜻한 사회'로, 사회안전망 확충과 삶의 질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강화, 기초연금 확대,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확충 등으로 저소득·취약계층 소득기반을 확충한다. 저소득층 구직자 생계를 돕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내년 처음 도입한다. 이밖에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직업훈련 혁신 등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두터운 고용안전망 체계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또 다른 재원배분 중점 분야로 '혁신으로 도약하는 미래'와 '안전하고 평화로운 국민생활'을 제시했다.

4대 플랫폼(수소경제, 데이터, AI, 5G), 8대 선도사업(스마트공장, 바이오헬스, 핀테크, 미래자동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에너지신산업, 드론)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 신산업·고(高)기술 스타트업 발굴, 스케일업 지원, 혁신모험펀드 조성 등 창업-성장-회수 선순환 생태계를 보강해 '제2 벤처붐'을 확산한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고위험 혁신형 R&D 등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도전적 R&D를 지원한다.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 친환경차 보급 확대, 중국과 공동협력 추진 등 미세먼지 저감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남북 간 교류·협력 추진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기반 마련을 지원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뒷받침한다는 목표다.

안 실장은 “4대 재원배분 분야에 중점을 두면서 국민편의 증진 인프라,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확충, 미래혁신 선도 프로젝트를 '3대 핵심투자 패키지'로 선정해 집중 투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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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악화 우려…2년 만에 '지출 구조조정'

내년에도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부터는 세수호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8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추진한 '지출 구조조정'을 2년 만에 다시 꺼내든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각 부처는 주요 정책사업 증액, 신규사업 소요에 대해 원칙적으로 재량지출을 10% 이상 구조조정해 충당해야 한다. 인건비 등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경비, 국정과제 등 필수 소요를 제외한 재량지출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스스로 종료하고, 여기에서 아낀 재원을 핵심·신규 사업에 투입한다는 의미다.

안 실장은 10% 수치를 제시한 데 대해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각 부처가 책임감을 느끼고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침에도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세수여건이 문제다. 반도체 호황, 부동산 거래 증가 등으로 작년에는 세수가 계획보다 25조원 넘게 걷히는 등 세수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경기 둔화 등으로 올해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세먼지 등을 고려한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을 투입해야 할 분야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아직 명확하게 올해 추경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10조원 규모 편성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올해도 추경을 편성하면 2015년부터 5년 연속으로 기록된다.

세수여건, 국가채무에 대해선 정부도 일부 우려를 내비쳤다.

정부는 “최근까지 반도체 호황, 자산시장 호조로 법인세·양도소득세 중심으로 세수 호조세가 시현됐다”면서 “향후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업황 부진, 자산시장 변동성 등 하방요인으로 세수 증가세는 둔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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