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서울 관악구 낙성대 일대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운다. 벤처기업이 입주하는 스타트업센터를 조성하는 등 창업 생태계를 구현한다.
서울대(총장 오세정)와 관악구(구청장 박준희)는 낙성대 일대에서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이르면 다음달 교환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양 기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곧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서울대는 학교 후문부터 낙성대 일대를 벤처 생태계로 만들 계획이다. 벤처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교 인근에는 서울대 출신을 비롯한 예비창업가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서울대는 관악구와 세부 구축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윤의준 서울대 산학협력단장은 “세계 유수 대학 주변에는 창업 생태계가 조성됐지만 서울대는 섬처럼 떨어져 있다”면서 “대학과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관악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교내 건물인 문화관도 지역에 개방한다. 청년 창업가를 유인하기 위해서다. 대학생 등 젊은 층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확대, 지역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서울대가 벤처밸리 조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실행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10년 가깝게 관악구와 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논의만 했을뿐 구체적인 방법을 수립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 취임한 오세정 서울대 총장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는 그동안 스타트업 육성보다 기초학문 연구에 집중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관심이 높은 오 총장이 취임한 뒤 관악구와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등 변화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이보다 앞서 총장 선거 때 창업센터 설립과 첨단 기술 기업을 육성하는 'SNU 산학타운'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았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추진하고 있는 '낙성벤처밸리' 사업과도 맞닿았다. 박 구청장은 “벤처 밸리를 조성하려면 우수한 인력이 관악구 쪽으로 유입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서울대 출신 창업자가 관악구에 공간이 없어서 자리를 못 잡는 경우가 많았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