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같은 형태의 시장점유율 사전규제는 시장 자율경쟁과 소비자후생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세계 대부분 국가가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유료방송 균형 발전과 여론다양성이라는 합산규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법률 장치는 기존 방송법과 IPTV법에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4년 전 취지대로 합산규제는 일몰하되 현행 제도 실효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할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008년 '케이블TV 사업자 30% 시장점유율 제한규칙'을 통과시키자 케이블TV 1위 사업자 컴캐스트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년 후 법원은 컴캐스트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30%라는 시장점유율이 경쟁을 제한한다고 설정한 합리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게 판결 요지다.
이후 FCC는 컴캐스트가 타임워너케이블(TWC)를 인수하려 했을 때 불허했다. 시장점유율 30%를 초과해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사전규제가 없더라도 당시 시장상황에 따른 정책 판단에 근거해 사후규제로도 독점을 견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유료방송 시장에 대한 시장점유율 사전규제는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 방송법과 IPTV법, 공정거래법에는 방송시장의 불공정 경쟁과 공익성 저해를 막을 이중·삼중 법률 장치가 존재한다.
방송법상 유료방송은 허가제로 운영되며 이용요금도 정부가 신고를 받아 관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재허가'와 방송시장경쟁상황 평가를 통해 방송시장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해 제재를 부과한다.
방송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채널, 프로그램, 필수설비 등 계약을 부당하게 체결하거나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여론다양성은 '시청점유율' 규제로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방송법 69조에 따르면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은 30%를 넘을 수 없다. 시청점유율 제재 위반 시에 방송사업 소유제한, 광고시간 제한, 방송시간 일부양도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근거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규제가 제대로 운영됐는지 점검하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는 게 우선이다.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합산규제가 일몰된 현행법상 케이블TV와 IPTV는 각각 시장점유율이 전체 유료방송의 33% 넘지 못한다.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원칙 하에 위성방송을 점유율 사전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특정사업자와 특수관계인 케이블TV·IPTV·위성방송 합산점유율을 33%로 제한하자는 논리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 도입보다 기존 사전시장점유율 규제를 완화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가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는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그보다는 우리나라 유료방송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갖춰 콘텐츠 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정책 판단이 필요하다.
방송통신 전문가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합산규제는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방송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면서 “합산규제 논란을 계기로 현행 재허가 제도와 사후규제 등을 폭넓게 점검해 실효성 높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표]유료방송시장 독과점 방지 및 공익성 확보 주요 장치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