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와 질병 간 연관성 조사에 착수했다. 미세먼지가 질병유발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은 발표되고 있지만 정확한 기전은 규명 안됐다. 국가 재난으로 포함될 정도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주는 상황에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5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내달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상관관계 조사에 들어간다. 관련 질환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영향성을 분석할 예정인데, 가장 시급한 질병 발병과 악화 기전 연구는 일러야 내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질병관리본부가 학술연구에 착수할 분야는 총 7개 영역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실내공기질조사 모형 및 사전조사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특성에 따른 미세먼지 폐해 감소 모형 개발 △미세먼지 성분노출과 성인 만성호흡기질환 연관성 분석 및 중재 기반 연구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소아천식 위해수준 분석 및 중재기반 연구 △미세먼지 노출 소아 폐성장 및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피해 최소화 방안 연구 △미세먼지 기인 질병 영향 연구 거버넌스 구축 및 포럼 운영 △대기오염 노출량 자료 생산 및 미래조사 전략 수립 등이다.
이번 연구는 국가 차원에서 미세먼지와 질병 연관성을 조사하는 첫 사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에서 소규모 연구가 이뤄졌지만 질병에 국한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처음이다. 미세먼지에 직접 연관성이 있는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이 대상인데다 연구 거버넌스 구축 등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실제 정부는 미세먼지 기인 질병 대응을 위해 지난해 말 질병관리본부 소속 미세먼지위해연구추진단을 만들었다. 추진단 조직 후 첫 행보가 이번 연구다.
질병 관련 미세먼지 연구에 첫발을 뗐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세먼지는 중금속, 유기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등이 포함돼 호흡기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다. 호흡기, 눈, 심혈관질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로 전 세계 700만명이 사망한다고 경고했으며,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우리나라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국내 미세먼지 주의보·경보 횟수는 2017년 205회에서 지난해 412회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국가재난으로까지 지정했지만 관련 연구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는지, 미세먼지에 따른 환자 수 증감 추이 등에 머무른다. 국가 차원에서 질병, 보건 영역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지영구 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진원지, 관련 외래 환자 추이 등 정치적·단편적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으로 질병을 어떻게 유발하고 악화하는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미세먼지 관련 논문이 세계 1위일 정도로 연구에 집중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질병 기전 연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에서도 관련 부처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대응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른다고 지적했다.
이점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알레르기질환과장은 “올해 소아, 노인, 정상인 등을 대상으로 코호트 자료에 기반한 미세먼지 연구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연구를 확장해 질병 발병과 악화 기전을 규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미세먼지 기인 질병대응 연구 계획(자료: 질병관리본부)>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