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인공지능(AI)분야 스타트업·벤처 등 혁신기업의 사업 진출과 도전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기업과 신생 기업간 데이터 보유량에 따른 사업권 비대칭·격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 회원국에 재정 투자를 통해 정부가 스타트업이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세트(Data Set)을 생성하도록 권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앤 카블랑(Anne Carblanc) 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CDEP) 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한-OECD AI 컨퍼런스'에 참석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데이터 비대칭·격차) 문제는 지속적으로 논의돼 왔고 정부 데이터 공개 측면으로 접근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OECD가 각국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빅데이터·AI분야 신생기업이 대기업 데이터독점으로 인한 AI 사업 기회 박탈이나 대기업 종속화를 막으려는 국제기구 차원 의지로 풀이돼 주목된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지능정보사회 윤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AI의 공공성·책임성·통제가능성·투명성 등 4개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송경희 과기정통부 국제협력관은 “(AI) 기업·학계·일반인 등 모두가 함께하는 대화를 통해 신뢰가 가능한 AI 구현과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문가 토론에서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은 “(OECD) 가이드라인 자체가 규제가 될 우려가 있어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를 만드는데 제약을 줄수도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지나친 규제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하고, 좀 더 균형 있게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블랑 위원장은 “(권고안이) 일방적인 규제 기준이기 보다는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활동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예림 경기대 교수는 “신뢰 가능한 AI를 구축하기 위해선 신뢰 가능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데이터 생성·활용에 있어서는 개인정보보호 문제 뿐 아니라 데이터 출처, 데이터 구매, 공공에 개방 여부에 대한 세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박현호 뷰노(VUNO) 메디컬디렉터는 “AI 의료기기 기술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특성에 따라 이 특성이 (정부·국제기구)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OECD) 권고안에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존중돼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인공지능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과 OECD는 매년 정례적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및 관련 사회·경제 현안 이슈를 다루는 콘퍼런스를 개최해 왔다. 2017년에는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혁신', 지난해에는 '4차산업혁명 글로벌 정책 비교'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