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재계 저승사자', 대기업→사각지대 기업 '초점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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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대 '재계 저승사자'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초점이 '대기업'에서 사각지대에 있던 '중견기업'으로 이동한다. 불공정거래·탈세로 부당이익을 챙기지만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정부 감시망에서 벗어났던 기업이 타깃이다.

공정위·국세청이 동시에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범정부 차원 공감대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경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일련의 이런 조치가 '정부의 반기업 정서 확산'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 공정위가 운영하는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이 아닌 사기업의 부당지원 혐의를 적발·제재한 것은 2건 내외다.

공정위가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수년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을 중점 적발·제재해 온 것과 대조된다. 그나마 적발 사례도 법원에서 과징금 부과가 최종 취소되거나(삼양식품), 경고(사조그룹) 등에 그쳤다.

공정위 스스로도 그간 대기업 감시에 치중한 점을 인정한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감시를 강화했다. 2017년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기업집단국 신설'도 대기업 감시 강화를 위해서였다.

최근 공정위에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김 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그룹 부당지원 조사 방침을 밝혔다. 대신 대기업 대상 일감 몰아주기 조사는 작년 수준에 미치지 못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총액 5조원 미만 기업이 그동안 완전히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사각지대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세청도 '숨은 대자산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 총 95명 중 37명이 중견기업 사주일가다. 그간 대기업 사주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기회가 부족했다는 게 국세청이 밝힌 배경이다. 국내 전체 기업 중 국세청이 실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기업 비중은 연간 0.7~0.8%에 불과하다. 특정 집단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문제가 크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기업 이하 기업, 비상장 업체, 언론에 노출이 적은 기업 등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를 악용해 탈세 등 위법을 저지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으며 제재를 피했지만, 폐해가 적지 않았던 곳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인식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에 초점을 맞춰온 공정위·국세청이 동시에 '숨어 있는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지목하면서 기업 전반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이어 중견기업까지 감시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이 반 기업정서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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