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필수가전된 공기청정기…복잡한 지표에 소비자는 '혼란'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은 350만대를 바라본다. 일부 소비자만 구매하던 공기청정기는 이제 필수가전이 됐다. 이달 초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미세먼지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였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0만대를 겨우 넘겼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0만대로 폭증했다.

공기질은 여전히 최악 수준이다. 공기청정기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공기청정기 보급률은 40% 수준으로 추산된다. 급격한 시장 성장에도 공기청정기 시장은 성장여력을 갖고 있다.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면서 품목도 크게 확대됐다. 이에 못지 않게 공기청정기 관련 성능 지표도 복잡하고 다양하다. 제조사마다 다른 표현과 다른 인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인증을 거쳤다고 해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국민가전' 반열에 올랐지만 공기청정기 구매 기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는 적잖다. 공기청정기는 다른 가전과 달리 일반 소비자가 효능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가 필수가전으로 등극한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직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성능 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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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게시된 공기청정기. 세부설명에서도 필터부터 인증까지 수많은 지표가 올라와있다. 소비자는 이들 성능 지표를 하나하나 따져야하는 실정이다.<사진캡쳐=다나와>

◇국가마다 기준 다른 공기청정기 인증

업체들이 주로 활용하는 공기청정기 인증으로 한국의 CA, 미국 CADR, 유럽의 ECARF를 꼽을 수 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 대부분은 위 인증 가운데 하나를 획득해 제품 성능을 공인 받는다. 소비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 제조사는 보통 CA 인증을 획득하고 외국 기업은 CADR, ECARF 등을 받는다.

CA인증은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수행하는 민간 인증이다. 필수 인증은 아니다. 탈취 효율 70% 이상, 오존 발생량 0.03ppm 이하, 소음 45~55㏈ 기준을 충족해야만 한다. 필터링 성능에 관해서는 과거 집진효율 항목이 있었지만 개정을 거쳐 현재 CADR 수치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 공기청정기에 CADR 기준은 따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소형, 대형, 학교용에 따라 분당 수치가 다르다.

미국가전제조사협회(AHAM)에서 발급하는 CADR은 청정공기공급비율을 뜻한다. CADR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 공기청정기 인증에서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다. 공기청정기에서 필터링된 공기가 시간당 얼마나 배출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공기 중 미세먼지 포집 효율성과 깨끗한 공기 배출량 간 균형을 맞춘 인증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 평가다.

유럽가전사에서 주로 활용하는 ECARF는 유럽알레르기연구재단센터에서 발급한다. 0.1㎛~0.3㎛ 입자 정화효율 85% 이상, 0.5㎛ 입자(박테리아, 미세먼지) 집진효율 90% 이상, 3㎛ 이상 입자(곰팡이 입자, 꽃가루) 집진효율 95% 이상, 오존발생량 7ppb 미만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들은 조건이 까다롭고 기준이 높아 인증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인증을 얻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청정성능에서 높은 수준을 확보한 의미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인증이 제품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인증 있어도 소비자는 성능 가늠하기 어려워…직관적 성능 표시 필요성도

현행 인증에는 한계도 있다. 인증으로 수준급 성능을 갖춘 제품이더라도 소비자가 제품 세부 성능을 가늠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인증을 받은 제품이더라도 부가 기능과 제품 설계 등에 따라 세부적 공기청정성능은 조금씩 다르다.

현재 업계에서는 인증을 받았어도 해당 제품의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제거 효율성이 정확히 어느 수준인지를 명시하지 않는다. CA를 비롯해 해외 다수 인증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인증이 인용하는 CADR에서 이에 대한 기준점을 명시하지 않아서다. 인증만으로는 집진 효율이 '우수'하다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CADR은 풍량과 집진효율을 적정한 수준에서 조합한 수치”라면서 “실사용 조건은 변수가 너무 다양하다. 밀폐된 챔버에서 시험을 진행하는 인증기관에서는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제거 성능을 명확한 수치로 내놓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대안으로 제3의 전문시험기관을 활용한다. 공인된 시험을 거쳐 도출한 집진성능을 수치로 명시한다. 인증만으로는 구체적 먼지제거수치를 알릴 수 없어서다. 공인인증 비용은 물론 추가적 성능시험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소비자로서는 인증은 물론 필터 등급, 공기청정면적, 제3 기관 성능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공기청정기 선택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소비자가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쉬운 성능 지표가 요구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내 집에 있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이 제품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몇 퍼센트 수준으로 제거하느냐일 것”이라면서 “소비자가 제품 성능을 쉽게 이해하도록 수치화된 공인 지표가 있다면 이 같은 수고와 혼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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