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전량 수입 고부가 화학 소재 국산화…생기원과 응용제품 추가 개발 추진

Photo Image
KIST 연구진이 생기원과 공동개발한 일액형 에폭시 접착제로 금속을 접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한 에폭시 수지 경화제를 국산화했다. 연간 6조원을 넘는 세계 에폭시 수지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박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박사팀은 일액형 에폭시 접착제의 보존·안정성을 높인 경화제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에폭시 접착제는 일반적으로 에폭시 수지와 경화제로 구성된다. 디스플레이·자동차 등 첨단 산업계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에폭시 수지와 잠재성 경화제가 미리 혼합된 일액형 에폭시 접착제를 주로 쓴다.

경화제는 에폭시 수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물질이다. 제조과정에서 접착제를 굳게 해 부품 결합을 돕는다. 동시에 에폭시 접착제 보관 기간 동안 접착제 물성을 유지하며 굳지 않게 하는 기능도 해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화제 제조 분야는 진입 장벽이 높다. 우리나라 에폭시 접착제 생산 업체는 이 같은 경화제를 일본 등에서 100% 수입한다.

에폭시 접착제는 건설, 자동차, 우주 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5년 6조원에서 연평균 6.63%씩 성장, 2026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 KIST 박사팀은 기계·화학적 복합 공정을 통해 경화제 표면을 개질해 경화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존·안정성을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경화제와 에폭시를 혼합한 일액형 에폭시 수지를 개발했다. 기존 습식 공정 기반 잠재성 경화제 개질 방법은 에폭시 접착제의 보존·안정성을 저하시켰다. 용매 사용에 따라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오염을 유발했다.

KIST가 개발한 기술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은 건식 공정이다. 기존 기술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고 시간이 짧다. 용매 비용이 소모되지 않아 저렴하다. 열처리나 건조 등 후속공정도 없다. 용매폐기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성 측면에서도 기존 에폭시 접착제의 보존·안정성 대비 2~5배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에폭시 잠재성 경화제 코어 물질을 자체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KIST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이어달리기' 사업을 통해 응용 기술, 제품을 추가 개발한다. 생기원이 보유한 경화(하드너) 기술에 경화제를 촉매로 사용하면 10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선택적 경화 특성을 구현할 수 있다. LED 렌즈 등에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노 물질과 복합화해 전기전도성, 열전도성, 강인성 등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미래차 전장 등 신규 시장 적용도 기대된다.

최경호 생기원 박사는 “KIST 경화제를 활용하면 일액성 에폭시 접착제 공정 비용을 낮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기업이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KIST 상용화 과제사업(Bridge Program) 지원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국내·외 특허 3건이 추가 출원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브랜드 뉴스룸